증시 최악땐 가격제한폭 축소·매매시간도 단축(종합2보)

입력 2020-03-17 15:08
증시 최악땐 가격제한폭 축소·매매시간도 단축(종합2보)

컨틴전시 플랜에 주식 거래정지·임시휴장도 포함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검토 후 실행하진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금융당국의 증시 안정을 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는 주식 거래 일시 정지와 임시휴장 등의 고강도 대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행 30%인 주식 가격제한폭 축소와 매매시간 단축 등도 예비 카드 중 하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아직 이런 긴급조치를 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런 카드가 준비되긴 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진 않았다.

금융당국은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융안정기금 등을 검토 중이며 그다음에는 증시안정펀드와 비과세 장기주식펀드 카드 등이 나올 전망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주식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거나 아예 임시휴장에 들어가는 방안도 비상계획의 일환으로 고려 중이다.

증시 폭락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그 전 단계로는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인 주식 매매 시간을 단축하고 하루 ±30% 수준인 주기 가격제한폭을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증시 안정을 위한 최후 수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시 안정을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비상계획에 증시 운영 시간 단축이나 가격제한폭 단축 등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아직 그럴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이런 카드가 실제로 실행되진 않았다.

금융위는 2008년 당시 공매도 8개월 금지 조치와 증시안정펀드, 비과세 장기주식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금융위는 지난 13일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16일부터 6개월(3월 16일~9월 15일) 동안 금지하고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확대하는 증시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또 이날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필요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융안정기금 등의 시장 안정 조치가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검토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점검 회의에서 "최근 크게 확대된 시장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책 대응에 실기함이 없도록 특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등의 대책을 곧바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채권시장의 신용 경색과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됐다.

금융위가 그다음으로 꺼낼 카드는 증시안정 펀드와 비과세 장기주식 펀드 등이 우선 거론된다.

증시안정 펀드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출연해 펀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증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증시안정 펀드 카드를 꺼냈다.

금융위는 2008년 10월 1일부터 그다음 해 5월 31일까지 전 상장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도 주가 폭락 사태가 멈추지 않자 5천15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 펀드를 조성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된 2008년 10월 1일 1,439.67이던 코스피는 같은 달 24일 938.75로 34.9% 하락했고,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440.95에서 276.68로 37.3%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증권협회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자산운용협회 등 4개 기관은 5천150억원을 공동으로 조성해 2008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증시에 자금을 투입했다.

또 2008년 10월 장기 주식형 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한 투자자에게 연간 납입액 1천200만원까지 소득공제와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도 실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시안정 펀드와 비과세 장기주식 펀드도 컨틴전시 플랜에 포함돼 있고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금융주에 대해 우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 2009년 6월 1일 코스피는 1,415.10 수준으로 돌아왔고 코스닥지수는 539.56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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