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뉴욕주지사, 코로나19 대응 서로 '당신이 더 해야' 설전

입력 2020-03-17 08:25
트럼프-뉴욕주지사, 코로나19 대응 서로 '당신이 더 해야' 설전

쿠오모 주지사 "연방정부 대응 뒤쳐져" 비판에 신경전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가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간접적인 설전을 주고받았다.

평소에도 이민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놓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쿠오모 주지사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연방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면서 지속적인 비판을 가해왔다.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도 오전 뉴저지주 및 코네티컷 주지사와의 코로나19 대응 공조를 협의한 콘퍼런스콜에서 "연방정부의 대응이 이번 위기의 첫날부터 뒤처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또다시 비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연방정부의 지침과 전국적인 기준 부족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트위터를 통해 "막 주지사들과 매우 좋은 전화 회의를 했다"면서 "뉴욕의 쿠오모(주지사)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우리가 지원하겠지만 (주정부) 스스로 확보를 시도하라"면서 주 정부가 스스로 나서 마스크 등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물품과 장비 확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번엔 트위터로 "내가 더 많이 해야 한다고?"라면서 "아니다. 당신(트럼프)이 뭔가를 해야 한다. 당신은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쿠오모 주지사는 이달 초에도 각을 세웠다.

쿠오모 주지사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연방정부가 혼선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혼선된 메시지는 없다. 단지 당신(쿠오모)과 당신 동생 '프레도(Fredo)'와 같은 사람들에 의한 '정치적 무기화'"라면서 정치적 공격으로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프레도'는 쿠오모 주지사의 동생이자 미 CNN방송의 간판 앵커인 크리스토퍼 쿠오모를 염두에 둔 말이다.

크리스토퍼 쿠오모는 지난해 뉴욕주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행인과 언쟁을 벌였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탈리아계인 그는 자신을 '프레도'라고 부른 행인에게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프레도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를 다룬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무능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인물이다.

이후 크리스토퍼 쿠오모와 행인의 언쟁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동영상을 리트윗하면서 "나도 크리스가 프레도라고 생각했다. 진실은 아픈 법이다. 저급한 CNN"이라고 한 바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공격적이고 선제적 조치를 취해왔다.

뉴욕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감염자가 밀집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뉴 로셸에 반경 1마일(1.6㎞)의 봉쇄지역으로 설정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또 이날은 뉴저지주와 코네티컷 주지사와 공동으로 식당과 바(주점)의 일반 영업과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식당이나 바의 경우 테이크아웃(포장 음식)이나 배달 서비스는 허용된다. 파티를 포함해 50명 이상의 모임도 금지하기로 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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