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연쇄폭락장…'블랙먼데이 이후 최악' 다우 3,000p 추락(종합2보)
'유동성 공조' 회의감에 경기침체론까지 고개…美 3대 지수 11~12%대 곤두박질
유럽증시도 4~5%대 미끄럼…'공포감 뇌관' 국제유가 30달러선 붕괴
(뉴욕·베를린=연합뉴스) 이준서 이광빈 특파원 = 지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충격파가 미국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일제히 유동성을 쏟아붓는 공조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에 걸쳐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쓰나미처럼 시간대별로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증시로 이어지면서 낙폭은 더 커졌다. 글로벌 증시의 연쇄 폭락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하루걸러 되풀이되는 '뉴노멀'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6일(현지시간) 13% 가까이, 무려 3,000포인트 무너졌다. 유럽증시도 4~5%를 웃도는 폭락세를 보이면서 2012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증시로서는 지난주 '검은 월요일'과 '검은 목요일'의 연이은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충격파를 맞은 꼴이다.
몇시간 뒤 개장하는 17일 아시아권 증시에도 연쇄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 뉴욕증시, 1987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다우지수 2만선 붕괴 '초읽기'
30개 초대형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2,997.10포인트(12.93%) 하락한 20,188.52에 거래를 마쳤다. 22.6% 낙폭을 기록한 블랙먼데이 이후로 최대 낙폭이다. 지난달 12일 29,551까지 오르면서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던 다우지수는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2만선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24.89포인트(11.98%) 내린 2,386.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70.28포인트(12.32%) 떨어진 6,904.59에 각각 마감했다.
폭락세는 개장과 동시에 예고됐다.
오전 9시30분 개장 직후, 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로, 일주일새 벌써 세 번째 발동된 것이다.
그렇지만 거래가 재개된 이후에 증시 낙폭은 더 커졌다.
다우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나드는 폭락세를 이어다가, 장 막판 3,000포인트까지 순식간에 밀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낙폭을 키웠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나겠느냐는 질문에 정말 훌륭하게 일을 한다면 위기가 7월이나 8월에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계속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조짐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2월 12.9에서 3월 -21.5로 폭락하면서 2009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지표로, 지역별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핵심 잣대로 꼽힌다
◇ 유럽증시도 4~5%대 폭락…亞 증시부터 '유동성 공조' 회의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10% 떨어진 5,151.08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5.31% 하락한 8,742.25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5.75% 내려간 3,881.46으로 거래를 끝냈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이탤리40 지수는 8.35% 떨어진 1,428.9로 거래가 끝났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의 IBEX 35지수도 7.94% 하락한 6,103.00으로 거래를 끝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2,450.37로 장을 마감해 5.25% 내려갔다.
앞서 마감한 아시아권 증시도 2~4%대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의 전폭적인 '유동성 공조'에 대한 의구심이 아시아권 증시부터 고개를 든 셈이다.
◇ 국제유가 대혼란 지속…'안전자산' 금 가격도 약세
금융융시장 불안의 또다른 '뇌관'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 폭락세는 이번주에도 이어지면서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6%(3.03달러) 미끄러진 2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50분 현재 배럴당 12.02%(4.07달러) 급락한 29.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 우려 속에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주 각각 22%와 24%의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0%(30.20달러) 떨어진 1,486.50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과 위험 자산을 가리지 않고 투매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 가격은 '나홀로' 급등세를 탔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22%포인트 급락한 0.722%를 기록했다. 10년여만의 최대 낙폭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 파격 인하한 효과가 그나마 채권시장에서만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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