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도 '공격적 검사' 한국 모델로 가나…베네토주 첫 채택(종합)

입력 2020-03-17 18:06
수정 2020-03-18 13:47
이탈리아도 '공격적 검사' 한국 모델로 가나…베네토주 첫 채택(종합)

슈퍼마켓·거리 등에 임시 검사소 설치…선별 검사 중앙정부 정책 거부

주내 전 주민 검사 목표…무증상 감염자 찾아 격리해야 사태 해결 인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확산하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전방위로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하는 '한국 모델'을 채택하기로 해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는 17일부터 슈퍼마켓이나 주요 거리 등에 검사소를 설치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기로 했다.

주내 주요 사업장에도 개별적으로 검사소를 두고 직원들을 검사하도록 했다고 루카 차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전했다.

감염 대상에는 무증상자도 포함된다. 광범위한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격리 조처하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를 '한국형 모델'이라고 칭했다.

확실한 의심 증상을 가진 주민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검사하라는 이탈리아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다.



인구 490만명의 베네토주는 이미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날 기준 베네토주의 검사 규모는 3만5천52건으로,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주(4만3천565건)에 이어 20개 주 가운데 두 번째지만 인구 대비로는 가장 많다.

현지 한 언론은 베네토주 검사 규모가 인구 100만명당 4천817건으로, 4천809건인 서울을 앞선다고 보도했다.

베네토주의 방침은 전국 이동제한·영업 중단 등 중앙정부의 여러 고강도 조처에도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검사 대상과 범위를 넓혀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큰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 격리해야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렸다.

롬바르디아주 코도뇨 등과 함께 최초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베네토주내 '보 에우가네오'의 성공 사례도 참고가 됐다.

보 에우가네오는 지난달 22일 중앙정부가 최초로 '레드존'으로 지정해 주민 이동제한령을 내린 북부 11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보 에우가네오는 주민 3천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그 결과 6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증상에 따라 병원 치료·2주간 자가 격리 등의 조처가 취해졌다. 이 가운데 50∼75%는 무증상 감염자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전방위로 주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다.

이후 최근 며칠 사이 신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바이러스 청정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차이아 주지사도 "전방위적 검사 시스템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전체 주민을 검사하면 최소한 누구를 격리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 2만∼2만5천건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결과는 4시간 만에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베네토 외에 롬바르디아주도 적극적인 검사를 토대로 한 한국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봉쇄 중심의 이탈리아 중앙정부 대응 방식에 변화를 끌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만7천980명, 누적 사망자 수는 2천15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누적 확진자 가운데 롬바르디아 1만4천649명, 에밀리아-로마냐 3천522명, 베네토 2천473명 등 북부 3개 주가 73.8%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3개 주의 누적 사망자 역시 각각 1천420명, 346명, 69명 등 총 1천835명으로 전체 85%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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