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본격화 프랑스 한국교민들 "못미더워…귀국하고 싶다"

입력 2020-03-17 03:01
수정 2020-03-17 03:20
코로나19 본격화 프랑스 한국교민들 "못미더워…귀국하고 싶다"

프랑스정부, 파리국제대학촌 입주 유학생들에 갑자기 귀국 권고

정부 뒤늦은 고강도대책에 사재기 기류…귀국일정 알아보는 교민·유학생 급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자 파리의 교민과 유학생 사회에도 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국제대학촌의 한국관 거주 학생들을 포함해 국제대학촌 학생 전원에게 귀국이나 귀가를 권고했고, 한국 교포나 유학생들은 급히 귀국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주프랑스한국교육원과 유학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의 권고에 따라 파리국제대학촌 본부는 각국관에 공문을 보내 입주 학생들의 귀국을 권고했다.

프랑스 총리실은 국제대학촌에 ▲프랑스 외 외국 학생인 경우 며칠 내로 본국 귀국 권고 ▲프랑스 내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오는 18일까지 복귀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국제대학촌 본부는 한국관을 포함해 대학촌의 각 국가관에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출신 유학생과 외국인 학생 등 총 230명이 거주하는 한국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주프랑스한국교육원은 입주 학생들을 상대로 귀국 계획 조사에 나섰다.

한국관 측은 학생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귀국을 권고하는 프랑스 정부의 지침과 경미한 증상의 경우 응급의료 지원을 제한하는 프랑스 의료지원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국관의 모든 입사생의 일시귀국 또는 퇴사를 권고드린다"고 밝혔다.

파리국제대학촌은 파리 일대에서 유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프랑스 지방 유학생을 위해 조성된 집단 기숙사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지은 각 국가관에 총 8천여명의 학생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관은 2014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유럽 내 교육 한류의 교두보 마련'이라는 야심 찬 목표로 결정된 국책사업으로, 한국관은 1969년 이후 파리국제대학촌 내에서 반세기 만에 건립이 결정된 첫 국가관이다.

한국 정부가 국고와 사학진흥기금 융자액 등 총 3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프랑스 정부가 부지를 무상 제공해 2018년 9월 지상 9층, 지하 1층 250실 규모로 개관했다.

프랑스 정부는 집단거주시설인 파리국제대학촌이 인구밀도가 높고, 입주자 가운데 혹시 있을지 모를 무증상 전파자를 우려해 귀국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랑스에는 16일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와 대학들에 휴교령이 내려져 학생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귀국을 하기도 안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파리의 주프랑스한국문화원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프랑스 정부의 다중이용시설 개점 금지 방침에 따라 이날 문을 닫았다.

작년 말 대대적인 확대 이전을 마친 주불한국문화원은 프랑스 내 한류 확산의 중심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두 개의 새로운 기획전시가 오는 25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은 다음 달 말로 전격 연기됐다.

파리의 한국 교민들이나 유학생들은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자 계획을 접고 급히 귀국 일정을 알아보거나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러 슈퍼마켓을 전전하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파리에서는 사재기 기류가 일면서 슈퍼마켓의 대기 줄이 길어지고 휴지와 파스타 등 생필품과 식료품이 동나는 일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파리 교민사회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부랴부랴 대책들을 내놓는 것에 대해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한 교민은 "코로나19 대처로 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그동안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휴교령과 전면적인 상점·음식점 영업금지령을 내리는 등 뒤늦게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다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면서 "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행 항공편을 알아보려는 문의가 항공사들과 주프랑스한국대사관 등에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편 증편이나 재개를 검토 중이다.

주불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인천-파리 노선의 주7일 운항을 계속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현재 운행하는 비행기를 좌석 수가 더 많은 항공기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리 노선 운항을 중단한 아시아나도 필요하면 운항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주불대사관은 "프랑스에 체류 국민 중 귀국 항공편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아 우리 국적 항공사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일 오후 6시 현재 5천423명(사망자 127명 포함)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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