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코로나19 저지 협력 대신 새로운 대결장으로 삼아"

입력 2020-03-16 16:36
"미중, 코로나19 저지 협력 대신 새로운 대결장으로 삼아"

홍콩매체 "음모론과 적대적 감정으로 상대를 보고 있다"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양국이 코로나19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치기보다는, 음모론과 적대적 감정으로 상대를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양국은 바이러스의 기원, 미국 의료진의 후베이성 우한(武漢) 방문 허용 여부, 우한 내 미국인 철수 전세기 투입, 미국의 대중국 여행경보 상향조정 등을 두고 부딪쳐왔다.

중국은 미국의 '과잉대응'이 타국에 나쁜 선례가 됐다면서, 이러한 행동이 낙인찍기와 불필요한 공포를 촉발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칭화대 전략안전센터 안강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생겼지만, 양측 모두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자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발언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자 중국이 '저의가 있다'가 발끈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 국무부는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분석가 윈쑨은 "중국이 체면 손상과 다른 국가들의 무례함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마그누스는 "코로나19로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한 바이러스'라는 말은 모욕이 아니라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서술이지만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서방은 바이러스가 중국 밖에서 왔을 수 있다는 중국의 주장에 반발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 전문가 천시 교수는 "양국이 백신 및 치료법 개발 등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관료 출신인 허드슨연구소의 브루누 마상이스는 최근 '내셔널 리뷰'에 발표한 글을 통해 "문명 간 충돌이라는 배경하에, 코로나19는 미·중 간에 새로운 전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나 기후변화는 기존에 익숙한 미국 주도 세계 무역·금융 시스템 내에서 싸우는 게 아니다"라면서 "서구 정치체제와 가치관의 약점을 노출하고 현재로서는 중국이 앞서가게 하는 등 지정학적 파워플레이를 바꾸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SMCP는 별도의 보도를 통해 유럽 등 서방이 코로나 19 확산 통제를 위해 중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중앙(CC)TV의 자회사인 CGTN은 14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방역에 적극적이지 않은) 영국·스웨덴 등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범죄'"라고 비판하면서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만연해있다"고 말했다.

난징대 정치학과 구쑤 교수는 서방이 중국의 경험처럼 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라면서 "서방 체제는 중국과 다르고, 중국이 한 그대로 모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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