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코로나19 장기화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 '역발상'
수출입 기업 지원·주기료 감면 일석이조…조원태 회장 아이디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이 코로나19로 운항 중단한 노선을 대상으로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운항하기로 했다.
수출입 기업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여객기를 활용해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 절감을 꾀하자는 취지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노선에 20여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A330-300 여객기를 투입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등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호찌민 노선은 베트남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이달 3일부터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여객기가 운항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칭다오(靑島)에도 오는 21일부터 여객기를 투입해 화물을 수송하는 등 대상 지역과 품목도 늘려갈 예정이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 증가로 한국발 승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은 13일 현재 총 124개 노선 중 89개의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또 수요 감소에 따른 감편으로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평소 대비 86% 줄었다.
이처럼 여객기가 발이 묶임에 따라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도 감소한 상태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발상의 전환'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앞서 2009년 여객사업본부장 근무시 미국발 금융 위기, 신종플루 등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요가 대폭 감소하는 위기에서 발상을 전환해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 수요를 대폭 유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전 세계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시 대한항공은 1천334억원의 영업 흑자를 냈다.
대한항공은 한국발 여객노선 운휴뿐 아니라 미국의 유럽발 항공편 입항 금지 조치 등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는 항공시장에 맞는 새로운 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미국에 의해 대서양 하늘길이 막힌 만큼 여객과 화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고 강조했다고 대한항공은 전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