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처벌 '과태료'…외국은 '징역 20년·영업정지'
형사처벌·부당이득 환수 과징금 부과하는 법 개정안 2년째 국회서 '쿨쿨'
5월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
"부당이득 환수하고 면허 취소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 처벌은 과태료나 주의 처분에 그쳐 외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그 강도가 낮다.
미국은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 프랑스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징역 등 형벌 부과와 영업정지까지 가능한 고강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 처벌과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 부과 추진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2년째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오는 5월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16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상 공매도 금지 규정을 위반해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경우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이 때문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 101곳 중 45곳은 과태료가 부과됐고 나머지 56곳은 주의 처분만 받았다.
통상 과태료는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금전 제재 성격을 가지고 있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불법 공매도를 처벌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도 과태료가 부당이득보다 적거나 아예 주의 처분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허다해 공매도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위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르고 결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달러(약 6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도 2년 이하 징역이나 10만홍콩달러(약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고 확인 의무를 위반한 증권사도 5만홍콩달러(약 75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또 프랑스는 법인에 영업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과 1억유로(약 1천300억원)나 부당이득액의 10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에게도 행정처분과 1천500만유로(약 200억원)나 부당이득액의 10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영국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상한선이 없다.
네덜란드와 독일도 불법 공매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각각 200만유로(약 27억원)와 50만유로(약 7억원)까지 가능하다.
호주는 첫 위반 시 5천250호주달러(약 400만원) 이하 벌금이나 6개월 이하 징역, 재범 때는 2만1천호주달러(약 1천600만원) 이하 벌금이나 2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일본은 30만엔(약 34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로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처럼 국내는 외국보다 공매도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 이를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2018년 4월 삼성증권[016360]의 배당 착오를 통한 소위 '유령주식'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 목소리가 커지자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금융위는 2018년 6월에는 공매도 규제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이나 부당이득 1.5배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10년 이하 징역은 주가조작 등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과 동일한 처벌 수준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8년 11월 국회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됐지만 지난해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 소위에 상정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금융위가 공매도 처벌 강화 추진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결국 오는 5월 29일 현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처벌도 좋지만 그보다는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골드만삭스 사례(과태료 75억원)보다 10배는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방법은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진전이 없는) 그런 부분은 좀 답답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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