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심환자 돌보는데…마스크 1개로 3일 버틴다"
전공의협의회, '마스크 대란' 어려움 토로…"덧신 대신 헤어캡 사용"
전날 박능후 장관 발언 논란…의료계 "의료인 모욕 발언에 경악"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 마스크를 재사용하면서 감염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전공의들이 'N95'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뿐 아니라 고글이나 덧신 등 보호장구 부족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신체 일부를 노출한 채 환자를 진료하거나, 임시방편으로 비닐이나 헤어캡으로 노출 부위를 가린다는 것이다.
경기도 소재 한 수련병원의 A 전공의는 "일회용이어야 하는 마스크에 이름을 써서 보관하거나 소독기로 소독해 다시 사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의심환자 코호트 구역에 들어가는데 같은 마스크를 3일 동안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는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에) 들어온 환자를 진료하려고 레벨D 방호복을 입는데 고글이 없었다"며 "환자를 두고 다시 새로운 보호복을 착용할 시간이 없어 그대로 진료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몰린 대구 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덧신이 없어 비닐로 발을 감싸고 그 위에 헤어캡을 씌운 뒤 진료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대구 지역 수련병원의 B 전공의는 "방호복 부족으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렵다"며 "환자에게 줄 마스크도 부족해 면목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수술실 입구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걸어놓는 걸이가 생기기도 했다.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마스크를 전혀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마스크 수급을 위해 성금으로 마련한 마스크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들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언제나처럼 최전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안전하지 않으면 환자가 위험해지고, 대한민국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인 마스크 부족과 관련해 "본인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싶어서 그런다"고 발언하자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사명감으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의료계를 매도하는 장관의 발언에 경악스럽다"며 "개인 의원은 마스크 1개를 2∼3일을 사용하고 있는데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의료인을 모욕하는 발언이 더는 정부 내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바이러스 전쟁 현장을 왜곡하는 장관을 파면하고,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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