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문닫은 여행사 56곳…호텔들 "이제 휴업은 일상"
한국인 입국금지·사회적 거리두기에 여행·호텔업계 '초토화'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윤지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여행·숙박업계의 고사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더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이어지면서 여행과 숙박업계에서 휴업과 폐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15일 지방자치단체 개방 여행업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56곳에 달한다.
신고까지는 수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모든 폐업을 코로나19의 파장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1곳 이상 여행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행업체들은 주3일 근무제와 유급휴직, 무급휴가까지 동원하며 위기 타개에 나섰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이달 9일 여행업과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이런 지원도 업계의 줄도산을 막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호텔업계도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업계에 따르면 크라운파크호텔 명동과 호텔 스카이파크 명동 1~3호점, 스타즈호텔 명동2호점, 라마다 동대문 등이 최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 고객이었던 이들 호텔은 길게는 다음 달 말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들이 사실상 개점 휴업을 하다 결국 임시 휴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국내 호텔이 100곳에 달했다고 전했다.
5성급 호텔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경북 경주에 있는 5성급 호텔 경주 힐튼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달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호텔은 이달 19일부터 객실 운영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롯데호텔은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달 중순 이미 예약 취소 건수가 5만건을 넘었다. 최근에는 객실점유율이 평균 20~30% 정도이고 주중에는 10%까지 떨어진다.
호텔신라도 코로나19 이후 객실점유율이 20~30%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에 평소 예약조차 쉽지 않던 특급 호텔 레스토랑의 휴업도 잇따르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의 '아리아', 롯데호텔 잠실점 뷔페 '라세느'가 주중 영업을 임시 중단했고, 롯데호텔 서울 '피에르바'도 휴업에 들어갔다.
호텔신라가 베트남 다낭에 만든 리조트형 호텔 '신라 모노그램'의 개장 시기도 미뤄지는 등 호텔들의 해외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원래 다음 달 초 개장 예정이었지만 베트남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고 격리하는 상황이어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호텔들도 생존을 위해 무급 휴직을 신청받는 등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다.
지난달 롯데호텔이 호텔업계 최초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호텔신라, 한화호텔앤리조트(더플라자호텔)도 이달 초부터 자율적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롯데와 한화는 아예 임원 급여도 10~20%씩 반납하기로 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제 휴업은 호텔업계의 일상이 됐다"면서 "일단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지만 머지않아 폐업하는 호텔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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