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 유엔까지 삐걱…코로나19 창궐에 국제기구들 공회전
외교행사 취소·연기 속출…시진핑 방일 등 정상외교도 차질
유엔총장, 직원들 재택근무 독려…"미국은 외교관 해외출장 정지"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 외교무대까지 마비시켰다.
유엔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까지 다자기구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해외여행을 통제하면서 양자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택근무를 독려했다고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본부 내 인구 밀도를 낮추기 위해 일주일에 사흘, 고위험군 직원은 닷새를 집에서 일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예정된 모든 부대행사를 취소하고, 회원국에도 같은 조치 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엔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 등 공식 활동 정상적으로 진행하지만, 꼭 필요한 인원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3월 의장국인 중국의 장쥔(張軍) 유엔주재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하는 외교관 숫자를 줄이고, 더 넓은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사람은 적게, 공간은 넓게 사용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제74차 유엔총회 의장을 맡은 티자니 무하마드 반데 나이지리아 대사는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 본부로 누군가를 초청하거나, 뉴욕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회의에 부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필리핀 대표부 소속 외교관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키라 아주세나 필리핀 대사는 주유엔 대표부에 보낸 공지문에서 "(필리핀 대표부) 모든 직원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에서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이 1명 나오면서 이달 20일까지 모든 회의를 중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WTO 직원은 지난달 19일 중국 정부와 제네바 대학원이 개최한 플라스틱 관련 콘퍼런스에서 대사 30여명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아울러 6월 8∼11일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2차 각료회의를 열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인권이사회(UNHRC)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는 13일부터 제43차 회기의 남은 모든 회의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국제의회연맹(IPU)이 총회를 취소했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노동기구(ILO), 유엔무역개발회의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던 회의를 연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려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도 미뤄졌으며, 여성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연례회의도 행사 규모가 축소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자 외교뿐만 아니라 양자 외교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이 미뤄진 게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시 주석의 방일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외교관 대부분의 외국 출장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복수의 당국자가 포린폴리시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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