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풀리면 코로나19 잡히려나…호주·싱가포르 보니 판단 일러

입력 2020-03-13 15:52
날풀리면 코로나19 잡히려나…호주·싱가포르 보니 판단 일러

"특정 기후서 확산 빠른 징후…인플루엔자처럼 계절성 따를수도"

"열대기후·남반구에서도 환자 보고…계절성 판단은 시기상조"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날이 풀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맹렬한 확산세가 약해질 거라는 기대는 섣부른 낙관론일 수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2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전문가들의 경계 섞인 전망을 소개했다.

봄이 되면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리라는 기대가 큰 이유는 이 바이러스가 호흡기 바이러스라서다.

인플루엔자(계절 독감)나 감기 바이러스 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한 겨울에 왕성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기운을 잃는 특성을 보인다.

추운 날씨 탓에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 생활습관도 바이러스가 전파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나 종전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저온을 선호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메릴랜드대학 연구진은 질병 발원지 중국 우한, 중국 밖 유행 지역 이탈리아, 이란, 한국이 모두 비슷한 위도(북위 30∼50도)에 분포하며 온도와 습도도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코로나19가 특정 기후에서 더 빠르게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처럼 봄이 되면 확산이 멈추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뉴욕 소재 시러큐스대학의 브리타니 크무시 교수(공중보건학)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는 북반구의 겨울철에 최고조를 나타내는 계절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무시 교수는 그러면서도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나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계절성을 보일지 (아직은) 모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데도 한국에서 2015년 5∼7월에 유행했다.

코로나19를 보더라도 연중 고온다습한 싱가포르와 현재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남반구에서도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와 호주는 각각 약 190명과 약 160명이 감염됐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도 현재까지 수십건이 보고됐다.

앞으로 싱가포르나 남반구에서도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한다면, 날이 풀린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열대기후나 남반구 감염자의 발생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고 감염 경로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크무시 교수는 "(열대지방 환자들이) 여행과 관련이 있는지, 기존 확진자와 관련이 있는지, 감염 경로를 알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계절성이 있다면 기존 확진자에 연계된 환자는 생기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룻거대학의 데브라 추 부교수도 현재 단계에서 코로나19의 계절성을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CNN은 중국과 한국의 유행 상황이 보건 당국의 개입과 대중 위생 교육으로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통제가 느슨해지면 다시 확산할지 알 수 없다며 신중하게 전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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