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떼려다 혹붙인 트럼프 대국민연설…"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입력 2020-03-13 04:51
수정 2020-03-13 08:33
혹떼려다 혹붙인 트럼프 대국민연설…"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CNN, 입국금지 언급 혼선 거론 "리더십 불확실성 키워"…실효성 회의론도

트럼프, '외국의 바이러스'로 표현…"남탓 하며 분열 조장 '익숙한 각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심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 난국' 돌파에 나섰지만, 국민 불안감 불식과 시장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모양새이다.

유럽발(發) 여행자에 대한 30일간 한시적 입국 금지 조치를 놓고 메시지에 혼선을 빚은 것을 비롯,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동시에 통합 보다는 분열의 리더십에 기댔다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CNN방송은 12일(현지시간) '코로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연설이 대혼돈을 촉발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엄숙한 오벌오피스(집무실) 연설을 통해 덜컹거리는 나라와 곤두박질치는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했지만,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혼란의 씨앗만 뿌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럽으로부터 오는 무역을 포함한 모든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연설 후 트윗 등을 통해 무역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바로 잡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건강 보험 제공기관들을 상대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모든 고용인 부담을 면제하도록 설득했다고 언급했으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것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추가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CNN은 "지난 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과됐던 가장 큰 과제는 그가 전체 상황을 책임지고 있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엄중한 상황에 대해 마침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입국금지 조치 등을 둘러싼 혼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대실패'로 만들며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위협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불안감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당국자들의 전망치와도 엇갈리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당장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총괄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며칠 내에 더 많은 감염이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며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확인해달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연설에 대한 평가도 진영 간에 확연히 갈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대국민연설이 국가적 도전과제를 헤쳐나가기 위한 단호하고 과감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지만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비난하며 자화자찬과 '외국인 혐오'에 빠져 나라를 호도해온 '익숙한 각본'을 또 한 번 꺼내 들었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론을 통합시켜야 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오히려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 19를 '외국의 바이러스'라고 칭하며 현 행정부가 현대 역사상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가장 공격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자평한 것을 두고도 CNN은 자신과 행정부의 여러 실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유럽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와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뿐 아니라 여행 산업 관계자들과도 사전에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코로나19가 이미 미국 사회 깊숙이 들어와 일일 단위로 큰 확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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