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원격의료] ① 감염병 재난에 첫 시행…'서울-지방' 진료격차 없었다

입력 2020-03-13 06:03
[코로나19 원격의료] ① 감염병 재난에 첫 시행…'서울-지방' 진료격차 없었다

서울대병원, 서울 '모니터링본부'서 문경 생활치료센터 '진두지휘'

매일 의료진이 '화상통화'…"방 세바퀴 돌아도 숨 가쁘신가요?"

폐렴 소견 환자 조기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에 5천명 이상 집중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격의료'가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이 운영을 맡은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 이야기다. 서울대병원은 이곳에 입소한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화상통화와 전산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도 의료진이 배치됐지만, 감염병 환자는 진료 때도 의료진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됐다. 대신 서울대병원 본원 1층에 '모니터링본부'를 마련하고 의료진이 원격의료 체제에 돌입했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모니터링본부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이뤄지는 검사, 판독, 진단, 처방 등을 진두지휘한다. 단순히 현장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의료행위가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격 의료행위는 '영상통화'를 이용한 문진이다. 모니터링본부 간호사들은 매일 환자들과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한다. 산소포화도나 체온은 환자가 스스로 재지만, 전날과 비교해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받게 될 검사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얼굴 정도만 보이지만, 모두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여서 문진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환자들 역시 의료진이 꼼꼼하게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허현숙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팀장은 "환자마다 전담 간호사가 지정돼 있는데, 매일 환자와 영상통화를 하다 보니 농담도 하고 넋두리도 들어주는 일들이 있다"며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영상통화 내용은 환자 진료기록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이를 위해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에는 병원과 동일한 전산망이 깔렸다. 환자 문진 기록과 엑스레이 검사 영상 등이 업로드되고 이를 의료진이 열어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환자 102명에게도 서울대병원 환자 등록번호가 부여됐다.

주기적으로 의사 진료도 이뤄진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등의 특이사항이 있으면 의사는 먼저 영상통화로 진단을 내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소화불량인지 실제 호흡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본다. 격리 생활을 하는 환자들은 활동량이 적어 소화불량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부센터장은 "보통은 환자에게 방을 세바퀴 정도 돌면서 걸어보라는 등 움직임을 권유한다"며 "대부분은 상태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소화불량이 심한 경우에는 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실제 숨 쉬는 데 문제가 있어 보이면 엑스레이 검사 등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 영상 역시 전산망을 통해 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전송된다. 그러면 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영상을 보고 판독 결과를 전산에 입력한다.

실시간으로 판독이 이뤄지는 덕분에 폐렴 소견이 빠르게 나빠지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도 했다. 보통 엑스레이는 2∼3일에 한 번 촬영하지만, 폐 주변이 흐릿하게 보이는 폐렴 소견이 있는 환자는 매일 검사를 한다.

한 환자는 스스로 느끼는 증상도 없고, 호흡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폐렴 소견이 있어 검사를 바로 다음 날 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증세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뚜렷해 의료진은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기로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환자가 증상을 느낄 정도로 악화할 때까지 방치될 수 있었던 사례다. 하지만 원격의료로 검사 판독이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조기발견이 가능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생활치료센터를 전담하는 의료인력은 의사 4명, 간호사 13명이지만, 영상의학과를 비롯해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병원 의료진 전체가 함께 진료를 보는 시스템이다.

김 부센터장은 "병원이 거기에(문경에)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도구로서 기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외래 진료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동안 국내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준비를 한 적이 없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국내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지만, 원격의료와 관련된 기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김 부센터장은 "외국에는 이미 환자가 청진기를 가슴에 가져다 대면 의사가 전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술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술을 기업들이 개발할 동력이 없다"며 "원격의료 자체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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