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미·유럽도 환자 폭증…차단· 지연 총력전

입력 2020-03-12 18:04
수정 2020-03-13 00:46
'코로나19 팬데믹' 미·유럽도 환자 폭증…차단· 지연 총력전

미 확진자 1천200명 돌파…트럼프 '유럽發 입국 30일간 금지' 선언

伊 하루 신규환자 2천200여명…전국 이동제한 이어 상점 휴업령 초강수

발원지 후베이성은 신규 확진자 한자릿수로…"한국도 진정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1일(현지시간) 진원지인 중국과 주변부를 넘어 미주와 유럽 등 모든 대륙에서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선 확진자 1천명 고지를 넘은 지 하루 만에 200명이 추가됐으며 한때 청정지역을 자랑한 중남미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유럽 내 확산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선 정부의 전례 없는 대응 조치에도 일일 기준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지만, 늑장 대응 논란도 일었다.



◇미, 1천200명 돌파…'유럽발 입국 금지' 초강경대책

CNN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1일로 1천200명을 돌파했다. 1천명 고지를 넘은 지 하루만에 다시 200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도 7명이 추가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는 이날 오후 미국 내 확진자를 1천281명으로 집계했다.

여전히 워싱턴(확진자 325명), 뉴욕(216명) 캘리포니아(132명)가 가장 많지만 아칸소, 델라웨어에서도 첫 환자가 발생하는 등 발생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로써 총 41개주에서 환자가 보고됐으며 이에 따라 비상령을 발동한 주도 23개주로 늘어났다.

가파른 확산세에 공포감이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열어 영국을 제외한 유럽발 여행객의 미국 입국을 13일부터 30일간 금지하는 초강경대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취임 이후 단 두번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주변국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이점으로 한때 청정지역으로 손꼽힌 중남미에서도 환자가 잇따르며 남미 대륙의 전체 확진자 수는 2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중남미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선 이날 하루 35명이 무더기 양성 판정을 받았다.

칠레 23명, 아르헨티나 19명, 에콰도르 17명, 페루 15명, 파나마 14명, 멕시코 11명 등으로 환자가 늘어났고, 쿠바, 온두라스, 가이아나에선 1호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아직 확진자가 없는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가 국경을 걸어 잠그며 단속에 나서는 등 각국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선 확진자·사망자 기록 경신…유럽 전역 악화일로

이미 누적 확진자 수가 한국을 넘어선 이탈리아는 일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는 2천31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일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하루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196명이 늘어 전날 세운 하루 기준 최다 사망자 기록(168명 증가)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하원에선 의원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코로나19의 위협은 의회까지 점령했다.

전례 없는 전국민 이동 제한령을 실시했던 이탈리아 당국은 결국 최소 2주간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을 닫는 휴업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프랑스에선 497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 수가 2천281명으로 늘었다.

스페인도 확진자가 지난 8일 589명에서 11일 2천222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확산 속도가 늦었던 북유럽에서도 속도가 점차 빨라지며 북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스웨덴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발칸반도에 있는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에선 첫 번째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팬데믹' 선언 속 중국·한국은 '주춤'

이처럼 코로나19가 발원지 중국과 주변부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자 WHO는 결국 '팬데믹'을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팬데믹 판단을 내린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이후 11년만으로, 테워드로스 총장은 늑장 선언 비판에 대해선 "잘못 쓰이면 불합리한 두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각국에 확산을 막기 위한 공격적 조처를 주문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의 확진자 감소 추세를 언급하며 코로나19가 '차단 가능한 감염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처럼 한국과 중국은 확산세가 꺾인 모습이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은 11일 신규 확진자가 7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이에 당국은 지역별로 나눠 점진적으로 기업의 조업 재개를 허용하도록 했다.

한국에선 12일 대구지역의 확진자가 전날보다 73명 늘어난 5천867명을 기록했지만, 증가폭 면에서 보면 지난달 25일 이후 가장 적다.

전국적으로도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14명이 증가했지만, 신규 확진자 증가 폭은 전날 242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과 한국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의 상황이 개선되는 것에 따라 우리는 조기 개방 가능성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여행) 제한과 경보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국과 한국의 개선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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