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선언에 원/달러 환율 13.5원 급등…1,206.5원(종합)

입력 2020-03-12 16:25
팬데믹 선언에 원/달러 환율 13.5원 급등…1,206.5원(종합)

상승폭 7개월만에 최대…외국인, 국내주식 내다팔고 달러 환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12일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오르며 달러당 1,200원 선 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5원 오른 달러당 1,20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1,200원 선 밑으로 내려온 지 2일 만에 다시 올라선 것이다. 상승 폭은 지난해 8월 5일(17.3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환율은 2.3원 내린 달러당 1,190.7원으로 출발했으나 오전 중 상승세를 지속하며 1,200원 선 위로 올라섰다.

아시아 증시 폭락으로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커지면서 오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장 후반 달러당 1,207.4원으로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자 주식과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을 내놨으나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생중계된 연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예기치 못한 도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모든 역량을 결집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에 대해선 경기 부양을 위해 즉각적인 급여세 경감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입법 지원을 촉구했다.

백악관 연설 무렵 선물시장에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한국 등 아시아권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선물은 국내 장 마감 무렵 전장 대비 4%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코스피는 3.87% 하락한 1,834.33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5%를 넘으면서 1,808.56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장중 한때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0월 4일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도 4.41% 급락하는 등 팬데믹 충격에 아시아 증시가 동반해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천억원을 순매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더욱 힘을 실었다.

국내 주식을 내다 판 뒤 본국 송금을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 우려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114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 영향으로 1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수도권 확산 우려를 키웠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유럽 등지의 확진자 수 증가가 지속하면서 시장 불안감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개입은 급격한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1,163.23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1,141.03원)에서 22.20원 올랐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