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개성공단서 마스크·방호복 공동 생산하자"
"개성공단 마스크 전문업체와 3만5천명 노동력 이용하면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이 협력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공동으로 생산하자는 제안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통일보건의료학회(이사장 김신곤 고려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면서 마스크와 방호복 물량이 부족하고, 북한도 자가 감시자가 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런 보건학적 위기가 오히려 남북한의 생명의 끈을 연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12일 밝혔다.
학회는 국내의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작정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고용 인력을 늘릴 수 없어 정부의 요청에도 공급량 증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 있는 마스크 생산업체와 봉제업체, 북한의 노동력, 글로벌 자본 등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학회는 "개성공단에는 이미 한 달에 1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가 있고, 면 마스크와 위생방호복을 제조할 수 있는 봉제업체도 50개가 넘는다고 한다"며 "무엇보다도 3만5천명에 달하는 숙련된 노동력이 있는 만큼 마스크 생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마스크 필터 원자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를 아우르는 전 단계를 포괄하게 함으로써 공급 체인의 문제로 인한 생산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또 마스크로 시작된 협력 논의를 고글, 안면보호구, 장갑, 보호복 등 감염병 위기대응 물자 패키지 생산을 향한 논의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다만, 개성공단을 활용한 위기대응 물자 생산구조는 일차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종식을 선포할 시점까지만 유효하다고 학회는 판단했다.
김신곤 이사장은 "불과 22만㎡의 좁은 한반도에서 바이러스는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이번 기회에 남북한 전염성 질환 공동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독일과 같은 재난공동대응협정과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아직도 정부 당국이 나서기 어렵다면 보건의료전문가의 만남이 우선될 수 있고, 남북만의 만남이 우려된다면 WHO 등 국제기구를 포괄한 동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대응 공동회의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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