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쏠림·경영악화에 한국 민간부채 증가속도 52개국 중 2위
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기업·가계대출, 생산보다 부동산 등으로…긍정적 효과 줄어"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한국은행은 기업·가계부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12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기업신용 증가가 투자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 데다 인건비, 재료비 등 운전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설비투자를 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고용과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대출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출금이 생산성과는 큰 관련이 없는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기업 경영 악화로 투자 대신 인건비용으로 쓰이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진다.
가계대출이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가계대출이 늘고 집값이 오르면 자산가치가 상승한 이들이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한은이 데이터를 계량 분석한 결과 이런 효과는 크지 않았다.
부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줄었음에도 최근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은 195.0%다. 실물경제의 두 배 가까이 돈이 가계와 기업부채로 쌓여 있는 셈이다. 민간신용비율은 2017년 4분기(181.9%) 이후 13.1%포인트 올라, 증가 폭은 국제금융협회(IIF)의 52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스웨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그동안 주춤했던 기업부채마저도 불어나기 시작한 결과다.
한은은 "최근 경제 성장세는 둔화한 반면 민간신용은 늘어나고 있다"며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용을 공급하고 있다"며 "한은도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업체에 자금이 갈 수 있게 하는 정책들이 더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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