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증시엔 '백약이 무효'…주가 급락 어디까지
美주가 반등·공매도 규제에도 코스피 또 급락
"국내외 팬데믹 우려에 과매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급락세가 진정되는 듯 했던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외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의 충격을 막기 위해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고 국내 금융당국도 공매도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금융시장에서 나날이 커지는 '경기 침체'의 공포를 막는 데는 역부족인 양상이다.
1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78% 떨어진 1,908.27에 마감했다.
앞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98.27까지 떨어지면서 낙폭을 3.29%까지 키우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천1억원, 4천6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급락을 주도했다.
전날 밤 미국 증시가 4% 이상 급등했는데도 한국 증시가 이날 고전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내와 미국 등 주요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4명, 사망자는 31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뉴욕주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일 신규 확진자가 248명으로 하루 전(179명)보다 다시 늘었으며, 특히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확진자 90명이 발생하면서 서울·수도권 지역의 집단감염 우려가 제기됐다.
서상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기는 등 본격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에 시장에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경기 부양책 중 하나인 급여세 완전 면제가 의회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서울·수도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 감소하는 듯했던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국내 증시를 지배했다"고 진단했다.
이원 부국증권[001270] 연구원은 "코로나19는 물론 국제 유가 급락으로 신흥국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나빠지고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도도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코스피 지지선이 '1,900보다 아래'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작년 8월 저점인 1,891가량이 지지선인 것 같다"고 관측했다.
또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진정, 러시아의 원유 감산 동의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연기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유가 하락 사태도 중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심리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간 개인이 매수한 물량도 상당히 쌓여서 앞으로 주가가 단기 반등해도 다시 매도가 나와 하락장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당분간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경민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1,960선)를 크게 밑돌고 있다"며 "극심한 저평가 국면에서 공포심리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언더슈팅) 중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코스피 평가가치(밸류에이션)는 금융위기·경기침체 우려를 상당 부분 미리 반영한 수준"이라며 "실제 금융위기·경기침체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하락 가능성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월등히 큰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1,900선 밑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하지만, 1,900선 이하 지수대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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