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입국제한 여파로 전세계 항공 수천편 취소 대란

입력 2020-03-11 09:46
코로나19 입국제한 여파로 전세계 항공 수천편 취소 대란

유럽 특히 타격…EU법규 탓 빈 여객기 운항사례 속출

로이터 "올해 들어 세계 20대 항공사 시가총액 83조원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로 전 세계에서 수천 건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되는 등 항공사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격화하는 유럽의 항공사들은 잇따라 항공편을 중단하고 있다.

각국이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이 집계된 이탈리아를 겨냥해 여행 제한 조처를 발표하고, 기업들도 직원들에게 여행 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비행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아일랜드 라이언에어는 오는 13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이탈리아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이지젯도 이날부터 내달 3일까지 이탈리아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 다만 필수 비행은 이뤄지도록 향후 며칠간 '비상 항공편'을 제공한다.

노르웨이안항공은 앞으로 3개월간 전체 항공편의 15%인 3천 건의 운항을 중단할 것이며, 상당수 인력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는 초기 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3월 유럽 공항 이용객 수가 평년 대비 14%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리비에 잰코벡 ACI 유럽지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산업에 전례 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항공사들은 공항에서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을 지키기 위해 승객이 거의 없는 '유령 비행'을 강행하고 있다고 미국 CNBC방송은 전했다.

유럽 연합(EU) 법규에 따라 항공사들은 주요 공항에서 일정 수준의 비행 수를 채워야만 그곳에서의 슬롯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에 항공사들이 노선 운영을 하지 않아도 슬롯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일시적인 조처이며, 이 조처는 우리 산업뿐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외에서도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둘째 주 국제선 여객 노선 기준으로 원래 운항하던 주간 운항횟수(총 920회)의 80% 이상을 중단한 상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까지 회사의 자구노력과 자발적인 휴가 소진 등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했으나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 받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비행 수요 감소로 국제선 항공편 운영 횟수를 25% 줄일 것이며, 자회사인 제트스타와 향후 6개월간 서비스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은 4월 국내선 항공편의 7.5%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지난 2개월간 세계 상위 20개 항공사의 시가 총액이 3분의 1가량인 약 700억 달러(약 83조원)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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