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다닥다닥" 코로나에 뚫린 금융사 콜센터…"터질 게 터졌다"
파견·도급 등 비정규직 다수 근무…정보유출 위험에 재택근무도 한계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구정모 기자 = 서울 구로구의 한 보험사 위탁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권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사 콜센터는 직원들이 1m도 되지 않은 거리를 두고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는 밀집 구조가 많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데다 대부분 비정규직인 신분상 자칫하면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의 콜센터에 일하는 직원·교육생과 그 가족 등 최소 5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족 접촉자를 제외한 확진환자 46명은 모두 11층 콜센터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콜센터 직원 207명에 대한 역학조사와 검체 검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집단감염이다.
금융권의 콜센터는 대부분 개인 공간이 매우 협소한 독서실 같은 부스 구조다.
너비 1m가 채 되지 않은 공간의 책상에 컴퓨터와 전화기 등을 놓고 나면 개인물품을 놓을 곳도 마땅치 않다. 공간이 좁다 보니 옆 사람과 어깨 간 거리도 매우 가깝다. 각종 감염병 전염이 쉬운 밀집 공간인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비대면 영업을 많이 하다 보니 각 회사가 지점을 줄이는 대신 콜센터 근무 인력을 늘린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수행하는 업무가 민원 상담이나 전화 영업과 같은 단순 업무이다 보니 이들에 대한 공간이 커지면 비용이 늘어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 정규직 직원들 업무공간과 비교한다면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밀집 공간에서 근무하는 콜센터 근무자들은 금융권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시행 중인 재택근무도 어렵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때문이다.
통상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고객과 관련한 각종 개인정보를 보면서 응대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이런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개인정보를 회사 외부 공간에서 아예 열 수 없도록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콜센터 고객 응대 업무는 기본적으로 협소한 콜센터 내부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콜센터 상담원 절대다수가 파견직이나 도급직 등 비정규직 신분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금융사를 위해 일을 하지만 소속은 하도급 업체인 경우가 많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신분이다 보니 코로나19 확진 등 상황에서 콜센터를 폐쇄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면 실직 위험이 정규직보다 크다.
콜센터를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는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그나마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독립적인 건물을 가진 경우 상대적으로 인력을 배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소형사들은 콜센터를 외주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상대적으로 근무 공간이 협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콜센터 역시 대체 사업장을 마련하거나 재택근무로 분산하는 등 방안을 최대한 시행해보고 있다"면서 "다만 고객에게 연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속성과 보안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 적정선에서 균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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