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 크루즈 항구 도착…승객 2천400명 이틀 걸쳐 하선(종합2보)
미국인 승객, 4개 군기지에 2주 격리…다른 나라 승객은 본국 귀환
승객들 항구 도착하자 환호성…승무원 1천100명은 배에서 격리 치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발병한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승객 2천400명이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검진과 치료를 위해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10일까지 이틀에 걸쳐 승객들의 하선을 완료한 뒤 4개 군사 기지에 분산 수용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승객과 승무원 3천500여명을 태운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만의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했다.
1차 하선 대상자는 미국인 승객 2천여명 중 캘리포니아 주민 900여명과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들이다.
1천100여명의 나머지 미국인 승객들은 10일 하선할 예정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하선해 오늘 중으로 군기지까지 이동하기를 바란다"며 "나머지 승객들은 내일 배에서 내려 군기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승객과 승무원 등 21명에 대해선 "적절한 격리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하선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오클랜드 북부 트래비스 공군기지와 샌디에이고의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2주간 격리 생활에 들어간다.
2차 하선 대상자들은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래클랜드 합동기지, 조지아 도빈스 소재 공군기지로 옮겨져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승객 가운데 25명의 어린이는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캐나다와 영국 등 다른 나라 여행객 수백명은 본국에서 보낸 전세기를 이용해 귀환할 예정이다.
승객들의 안전한 이송과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오클랜드항 주변 11에이커(4만4천500㎡) 부지에는 울타리가 세워졌고, 대형 천막이 여러 동 설치됐다.
비행기와 버스 20여대, 구급차 5대가 배치됐고, 방역복과 장갑, 안면 보호구로 중무장한 의료진들도 대기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실은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승객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별도의 통로를 통해 하선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TV 카메라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이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겨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동안 크루즈선에 갇혀 두려움과 답답함을 호소했던 승객들은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통과할 때 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고, 일부 승객은 갑판에서 춤을 췄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 승객은 AFP에 "배에서 벗어나 이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 승무원 1천100여명은 배에 그대로 남아 격리치료를 받게 된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도 승객들을 하선시킨 뒤 다른 항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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