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들여온다" 코로나19 탓 유럽 이주민 혐오 증폭

입력 2020-03-09 16:06
수정 2020-03-09 16:08
"바이러스 들여온다" 코로나19 탓 유럽 이주민 혐오 증폭

그리스 "상당수가 '감염대란' 이란 출신…국경봉쇄 정당"

난민캠프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집단 감염지로 돌변할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터키의 국경 개방으로 유럽행 이주민들이 그리스로 몰려드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들에 대한 그리스의 적대감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그리스에서 터키발 이주민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이들에 대한 적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27일 각료회의에서 "그리스로 유입하는 이주민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례가 많이 나온 이란 출신"이라며 "이미 공공 보건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는 우리 섬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당화된다고 주장했다.

노티스 미타라키 이주·망명부 장관 역시 "바이러스가 우리 섬에 유입되기 전에 감염된 이주자들에 맞설 것"이라고 말하며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그리스 내 난민 시설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바이러스 집단 감염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 그리스지부의 의학 조정관인 힐더 포흐턴은 현재 그리스로 넘어온 이주민 중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질병 확산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에 노출돼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거주지 부족, 인구 과밀, 위생시설 부족 등이 이런 위험요소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내 최대규모 난민 캠프인 레스보스섬 모리아 캠프는 수용 인원이 3천 명이지만 현재 2만명 넘게 머물고 있다.

캠프 인근 과수원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며, 화장실이 부족해 주변 언덕은 배설물로 뒤덮인 상황이다.

매해 겨울 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겪는 이곳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달 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경 개방을 선언한 후 그리스 북서부 국경 지역에 이주민 1만 명 이상이 몰려들자, 그리스는 인근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하는 등 긴장이 증폭하고 있다.

그리스 국방부는 이주민 유입을 막기 위해 영해에 군함과 해안 경비정 52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당국은 현재까지 월경을 시도한 이주민 3만6천명을 최루가스 등을 이용해 쫓아냈으며, 밀입국한 이주민 200명 정도는 체포했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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