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불덩이에 당한 인류 초기 정착촌 '아부 후레이라'
新드라이아스 초래 혜성 파편 떨어진 듯…초고열 용융 유리 결정체 분석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는 마지막 대빙하기가 끝나가던 약 1만2천800년 전 쯤 기온이 더 떨어지며 빙하의 후퇴가 더뎌지거나 오히려 전진하는 신(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기를 맞는다.
그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돼 있지만 6천600만년 전 공룡 대멸종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일으킨 산불 연기와 재, 먼지가 햇볕을 가린 결과라는 것이 유력한 학설로 꼽히고 있다.
미주와 유럽, 중동 등지의 약 30곳에 이르는 이른바 '신드라아스구역'(YDB)에서는 초고온에서 형성된 작은 금속 구체(球體)나 고농축 플래티넘, 나노다이아몬드 등이 포함된 탄소가 풍부한 광범위한 '블랙매트' 층을 비롯해 대규모 화재 흔적을 갖고있다.
그린란드 히아와타 빙하 밑에서 최근 발견된 30㎞에 달하는 대형 충돌구나 초고온에서 형성된 용융 유리 결정체 등도 충돌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돼 있다.
대형 충돌로 시작돼 약 1천년 이상 지속한 신드라이아스기로 매머드를 비롯한 많은 동식물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사 인류 역시 이 비극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지질학과 제임스 케네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프라테스강 옆 선사 유적지 '아부 후레이라'(Abu Hureyra)가 이때 지구에 떨어진 혜성 파편으로 파괴됐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의 온라인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부 후레이라가 인류 정착지에 떨어진 혜성 파편의 직접적인 영향을 보여준 최초의 유적지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북부에 있는 이 유적지는 1970년대에 타크바 댐이 건설되면서 반세기 가까이 아사드호의 물속에 잠긴 상태다.
다행히 수몰 전에 고고학 발굴이 이뤄져 가옥 파편이나 곡물, 도구 등 다양한 유물이 확보됐으며, 약 1만2천800년 전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떠돌던 선사 인류가 농경문화로 진입하며 형성된 초기 정착촌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아부 후레이라에서 발굴된 유물 중에 초고온 상태에서 형성된 유리가 발견된 점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이 유리들이 당시 선사 인류가 지필 수 있는 불의 온도를 훨씬 뛰어넘는 초고온에서 형성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유리들의 지구화학적 성분과 형태, 구조, 형성 온도, 자기장 특성, 수분함량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유리들이 2천200도가 넘는 초고온에서 만들어졌으며 크로뮴과 철, 니켈, 황화물, 티타늄 등이 풍부한 광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희귀 금속인 플래티넘과 이리듐이 녹아있는 철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금속들이 정상적인 온도에서는 극도로 드물지만 천체 충돌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리 결정체가 "(혜성 충돌의 충격으로) 이 지역의 바이오매스(동식물 총량)와 토양, 범람원 퇴적물이 거의 즉각적으로 녹아 기화했다가 곧바로 식으면서 형성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아부 후레이라가 YDB의 동쪽 끝부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서 발견되는 물질이 YDB 층에서 발견되는 것과 일치하는 점을 들어 당시 지구와 충돌한 혜성의 파편이 이곳에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케네트 교수는 "아부 후레이라는 갑자기 파괴됐으며, 직접적인 충돌이나 공중폭발이 엄청난 열을 가해 마을 전체의 유리를 녹일 정도로 가까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일 소행성으로는 아부 후레이라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물질을 널리 퍼뜨리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대규모 혜성 파편 덩어리들이 수분에 걸쳐 수천건의 공중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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