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집 찾아 위임장 확보 '총력전'

입력 2020-03-09 11:21
한진칼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집 찾아 위임장 확보 '총력전'

한진칼, 소액주주에 3자연합 안건 '반대' 표시한 위임장 서명 권유

KCGI, 위임장 확보 아르바이트생 모집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양측이 이번에는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180640]은 지난 주말부터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명부상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의결권 권유 업무를 위해 상장기업 의결권 위임장 전문대행사를 위촉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주명과 보유 주식수, 생년월일, 주소 등이 적힌 명부를 들고 일일이 집마다 찾아다니며 위임장에 동의해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위임장에는 이번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재무제표 승인건을 비롯해 사외이사·사내이사 선임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건, 정관 일부 변경건 등이 건별로 명시돼 각각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게 돼 있다.

한진칼 측은 이중 한진칼이 상정한 안건에는 전부 찬성 칸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제안한 안건에는 모두 반대 칸에 각각 동그라미를 한 뒤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소액주주는 "주말에 갑자기 누가 찾아와 문을 열었더니 한진칼 직원이라며 이미 찬성과 반대 표시가 된 위임장을 내밀었다"며 "나 말고도 같은 구에 사는 소액주주 명단이 50명 넘게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는 한진칼 직원들도 일부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자 연합은 "한진칼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가 회사의 인력, 자금력 등 자원을 조 회장 측을 위해 동원하거나 유용·사용하는 경우 배임 등 중대한 범죄행위가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3자 연합은 주주로서 회계장부 열람권 등 모든 권리를 행사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진그룹에 맞서는 3자연합의 KCGI 측도 최근 '위임장 확보'를 위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의결권대리행사권유팀을 꾸린 상태다.

KCGI 관계자는 "기존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주명부상의 주소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우편물을 보내고, 웹사이트상의 공지를 보고 의결권을 위임하기 위해 연락을 주는 주주의 전화를 받는 역할을 할 인력을 일시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CGI는 공시에 따라 오는 11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에 나선다.



KCGI는 "한진칼이 추천한 조원태·하은용 사내이사 후보자는 한진그룹의 부채비율 상승과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한 장본인"이라며 "특히 조 후보자는 사익편취 행위로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고, 인하대학교 부정입학 관련 행정 소송 중에 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진칼 측의 안건에 '반대' 의견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최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제기한 '대한항공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을 놓고 맞서는 등 소액주주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3자 연합은 지난 6일 영문으로 된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을 공개하며 "거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이 조원태 대표이사 몰래 이뤄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3자 연합은 프랑스 경제범죄 전담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고등법원의 판결문이라고 거짓 주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조원태 회장은 이번 의혹과 무관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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