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막은 '여성의 날' 시위…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프랑스·브라질은 '페미사이드' 규탄…코로나19 직격탄 아시아서도 외침 이어져
파키스탄·키르기스스탄서는 시위대 겨냥 공격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거리로 나선 여성들을 막지 못했다.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여성을 겨냥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거나,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AP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에서는 가부장제와 '페미사이드'(여성 살해)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프랑스에서는 페미니즘 단체 회원들이 상의를 탈의한 '토플리스'(topless) 차림으로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우리는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가부장적 유행병'을 비난했다.
또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한 일부 운동가들은 남성들에 대한 충분한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로 9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되자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경찰의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코로나19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2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하루에 10명꼴로 페미사이드에 희생되고 있다는 브라질에서는 대규모 여성 집회가 열렸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대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2018년 활발한 여성 인권 운동을 벌이다 살해된 마리엘리 프랑쿠 시의원을 추모하는 한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을 지적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12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모여 "그들은 우리를 죽이고, 강간했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외쳤고, 경찰이 이에 물대포로 대응하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코로나19에 직격타를 입은 아시아 지역의 여성들도 목소리를 더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수백명의 여성과 남성이 모여 성폭행 문제에 대한 농담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비난하며 거대한 두테르테 대통령 인형을 불태웠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성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수단에서는 성차별적인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카메룬에서는 행사 도중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있었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 사태가 불거졌다.
극보수 성향의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는 행진하던 여성들에게 돌과 나뭇가지가 쏟아졌다.
앞서 파키스탄의 일부 보수단체들은 지난해 여성들의 시위에서 '내 몸, 내 선택'이라는 구호가 파장을 일으키자 올해 여성의 날 시위를 무력으로 저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의 폭력 예고에도 파키스탄 전역에서 여성들의 집회가 열렸고, 이슬람주의 정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는 여성 집회에 대항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복면을 쓴 이들이 나타나 시위대가 들고 있던 현수막을 찢는 등 충돌이 벌어졌다.
터키에서는 경찰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광장 인근 번화가 이스티클랄 거리를 따라 행진하려던 수천 명의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보안을 이유로 최근 수년간 시위를 제한해 온 터키 당국은 이날 이스티클랄 거리 전체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인근 지하철 정류장을 폐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보수적인 국가에서 여성의 시위가 두드러졌다면서 이날 시위가 여전히 '명예 살인'이 자행되는 사회에 맞선 여성들의 저항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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