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내놔" 호주서 머리채 잡고 몸싸움…수시로 경찰 출동

입력 2020-03-07 20:20
"휴지 내놔" 호주서 머리채 잡고 몸싸움…수시로 경찰 출동

"코로나19 유행 속 사재기 탓에 매진"…업계 "공급부족 없어"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근거 없는 '휴지 공급난' 우려가 퍼지며 세계 곳곳에서 휴지 사재기 현상이 속출하는 가운데, 호주 슈퍼마켓에서 휴지를 두고 몸싸움이 일어나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AFP 통신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호주 울워스 슈퍼마켓에서 여성 쇼핑객 3명이 휴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퍼졌다고 소개했다.

카트에 휴지를 가득 실은 여성 2명에게 또 다른 여성 1명이 "한 팩만 달라"며 길을 막고 나서면서 욕설이 오가고 드잡이까지 벌어졌다.

이들을 말리려던 직원은 결국 경찰에 불러야 했다.

호주에서는 최근 한 남성이 휴지를 차지하려고 다투다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제압되거나, 휴지를 둘러싼 싸움에서 흉기가 등장해 경찰이 출동한 경우도 있다.

휴지 대란이 진정되지 않자 호주 슈퍼마켓 업계는 제한적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당국 관계자는 트위터를 통해 "제발 멈춰달라"면서 "상식적으로, 일부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휴지를 사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SCMP는 휴지 사재기가 호주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It's not Mad Max': Fight in Sydney Woolworths as tensions flare over toilet paper

이러한 가운데 대형 휴지생산업체인 빈다(Vinda)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요한 크리스토프 미칼스키 최고경영자는 SCMP 인터뷰에서 "홍콩이나 중국에서 공급 부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점에서 휴지가 부족한 것은 업계의 공급능력 때문이라기보다 '공포에 따른 구매' 때문"이라면서 "패닉 구매로 물류·소비·제조에 매우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그 자신도 지난달 초 홍콩 소셜미디어상에서 휴지가 부족해질 것 같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을 때 믿지 않았는데, 며칠 만에 상점 진열대에서 휴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SCMP는 이러한 현상이 중국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휴지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칼스키는 "중국 본토의 12개 생산라인 중 마지막으로 후베이성의 공장도 다음 주 재가동할 것"이라면서 "올해 130만t의 휴지를 생산하기 위한 궤도에 복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제품 선적 일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로 봉쇄 등으로 지연됐다"면서도 생산·판매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휴지 수출국으로, 전 세계 휴지 수출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는 시장조사업체의 발표도 있다.

SCMP는 세계 2위 티슈 공급업체인 에시티(Essity)가 빈다의 대주주이며, 빈다의 중국과 홍콩 티슈·휴지시장 점유율이 각각 18%·37%로 최대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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