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갑각류도 플라스틱 오염

입력 2020-03-07 11:30
지구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갑각류도 플라스틱 오염

"인류에게 발견되기도 전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간 접촉"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海溝)에서 서식하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심해 갑각류마저 플라스틱을 먹고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새우처럼 생긴 이 갑각류는 '하퍼'(hopper)로도 불리는 수중생물로, 이미 알려진 약 9천900종 중 대부분이 바다에서 서식한다.

영국 뉴캐슬대학 자연환경과학과 앨런 제이미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일본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이 갑각류의 새로운 심해 종(種)을 발견해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Eurythenes plasticus)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연구팀은 수심 6천~7천m에서 미끼를 물어 잡힌 이 갑각류의 소화관에서 플라스틱 물병이나 운동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합성화합물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발견했다.

학명에 플라스틱을 뜻하는 플라스티쿠스가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이 심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앞선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후원을 받아 이 연구를 진행한 제이미슨 교수는 "바다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쇄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학명에 플라스티쿠스를 붙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동물분류군'(Zootaxa) 최신호에 발표했다.

뉴캐슬대학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E. 플라스티쿠스 같은 해양생물의 몸에 들어가기까지 긴 여정을 거치며,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시작되는 것이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일부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기도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야적장에 쌓아놓게 된다.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강에 흘러들고 궁극에는 바다로 들어와 분해되면서 해양생물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면서 E. 플라스티쿠스 같은 생물이 출현하게 됐다는 것이다.

WWF 독일본부 해양프로그램 담당 하이케 베스퍼 국장은 "새로운 종으로 발견된 E.플라스티쿠스는 인간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부적절하게 다룬 결과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구에서 가장 깊은 오지에 살면서 인간에게 발견되기도 전에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먹는 생물 종이 있다"면서 "우리가 숨 쉬고 마시는 공기와 물을 넘어 인류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동물에서도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WWF는 매일 1분마다 적어도 한 트럭 분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법적 효력을 가진 국제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착수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160만명 이상의 청원 서명을 받았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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