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박' 가이아나에 드리우는 먹구름…대선 둘러싸고 혼란

입력 2020-03-07 03:57
'석유대박' 가이아나에 드리우는 먹구름…대선 둘러싸고 혼란

현 대통령 승리 선언에 야당은 '선거 부정' 주장…국제사회도 의문제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산유국 대열에 합류한 남미 소국 가이아나에 정치 혼란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이아나에서는 지난 2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선거관리당국의 개표 중간 결과 발표 이후 연임에 도전한 데이비드 그레인저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가운데 야당은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서구 외교관들로 이뤄진 국제 감시단도 개표 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 부정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인구 78만 명(2017년 기준)의 가이아나는 그 누구보다 희망찬 2020년을 맞은 나라였다.

지난 2015년 미국 엑손모빌 컨소시엄이 가이아나에서 처음으로 유전을 발견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원유 수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가이아나의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8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야말로 '석유 대박'이지만, 석유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갑작스레 오일 머니가 흘러들어온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정치·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이후의 혼란은 그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석유 이슈는 주요 쟁점이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이 석유 수출로 얻는 막대한 부를 관리하게 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안팎의 관심도 컸다.

1966년까지 영국령이었던 가이아나는 인도계와 아프리카계가 인구의 주축을 이룬다.

퇴역 장성인 현 그레인저 대통령은 주로 아프리카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 연합인 '국가 통합-변화를 위한 동맹'의 후보로 재선에 나섰고, 이에 맞서는 국민진보당(PPP)은 인도계 국민을 주 지지층으로 하고 있다.

PPP가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했고, 2015년 대선에서 그레인저 대통령이 간발의 차로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가이아나 대선은 국회 65석 중 다수를 차지하는 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방식인데 당시 그레인저의 당이 33석, PPP가 32석이었다.

엑손모빌 컨소시엄과의 계약도 그레인저 정권에서 이뤄졌다.

엑손모빌 측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이후에는 가이아나가 2%의 로열티와 매출의 50%를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야당 측은 이 계약이 엑손모빌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당선되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는 동안 가이아나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AFP통신은 지난 4일 수도 조지타운의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줄리언 윌스는 AFP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선거 결과뿐"이라며 "누가 이기든 나라가 얼른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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