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터넷망 위성 군단 천문관측 애물단지되나
우려 만큼은 아니지만 광시야 탐사 망원경에는 심각한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촌 오지에서도 연결이 가능한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며 지구 궤도에 무더기로 쏘아 올려지고 있는 소형 위성들은 과연 천문학계가 우려하는 대로 밤하늘을 빛으로 오염시키는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
미국의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시작으로 영국의 원웹(OneWeb), 아마존, 텔리샛 등이 광대역 위성을 대거 발사 중이거나 발사할 채비를 하면서 많게는 2만6천대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지구 궤도의 위성이 5천500개이고, 작동 중인 것은 2천300개에 불과한 것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천문학계는 한꺼번에 풀린 소형 위성 무리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사진을 공개하고, 지구 궤도가 이들로 넘쳐나 천문 관측을 방해할 것이라며 국제천문연맹(IAU) 차원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남방천문대(ESO) 망원경을 중심으로 광대역 소형 위성의 영향을 분석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천문학계에서 우려한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부 광시야 망원경은 심각한 영향을 받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ESO에 따르면 이 천문대 소속 올리비어 하인나우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업체들이 지구 궤도에 띄울 18개 소형 위성 무리가 지상 망원경의 관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ESO의 초거대망원경(VLT)이나 세계 최대의 광학망원경으로 건설되고 있는 극대 망원경(ELT) 등과 같은 대형 망원경에는 "다소(moderately)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은 해가 뜨거나 지기 전 어스름할 때 장시간 노출할 때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천초간 노출했을 때 3%까지 위성의 영향을 받았지만, 노출을 짧게 하면 손상률이 0.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뒤에는 위성이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서 빛을 반사하지 않아 관측에 미치는 영향은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관측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천문관측 시간을 위성의 영향이 적은 시간대로 조정하고 업체들도 소형 위성의 밝기를 줄이는 조처를 한다면 인터넷 위성으로 인한 천문관측 장애를 경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넓은 하늘을 한꺼번에 관측하는 광시야 탐사 망원경은 사정이 매우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 광시야 탐사 망원경으로 건설되는 미국과학재단(NSF)의 베라 C. 루빈 천문대 망원경은 관측 시기나 시간, 관측 환경 등에 따라 최대 30~50%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신성이나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 등을 관측하는데 주로 이용되는 광시야 망원경은 넓은 하늘을 감시하며 방대한 자료를 쏟아내 집중적으로 관측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는 필수적인 망원경으로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소형 위성이 광시야 탐사 망원경의 관측과 관측 자료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ESO처럼 중위도 지역에 있는 천문대는 지평선 위로 약 1천600개의 위성을 보게 되며, 이 중 대부분은 지평선에서 30도 이내의 하늘에 위치한다. 천체 관측은 대부분 30도 이상 부분에서 이뤄지는데 이 구역에 있는 위성은 250개 정도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성들은 일출, 일몰 전 어스름할 때 빛을 받아 반짝이지만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이 중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약 100개 정도이고 30도 이상 하늘에서는 10개 정도만 관측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위성을 무더기로 배치한 직후 일출, 일몰 전에 밝게 빛나는 위성들이 있지만, 단기에 그치는 것이라 이 수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ESO 망원경을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지만 다른 천문대의 비슷한 광학, 적외선 망원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 익스페리먼트'(APEX) 등과 같은 전파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 배열에 미치는 영향은 추후 연구를 통해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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