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미 경제 직격탄 맞나…도산 우려도 '고개'

입력 2020-03-06 12:02
코로나 쇼크에 미 경제 직격탄 맞나…도산 우려도 '고개'

20·30세대 54% "코로나19, 구매 결정에 이미 영향" 답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최장기 호황을 구가해온 미국 경제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있다.

이미 일부 소매업체 등의 도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이 일부 미국 기업들의 현금 흐름과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미국 기업들의 부채가 많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부실 등급 바로 위인 '트리플 B'(BBB) 수준 업체의 비중이 역대 최대치에 근접한 까닭에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 레이놀즈 스트래티지의 수석 시장 전략가 브라이언 레이놀즈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부도(default)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자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가 하이일드 채권 시장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the sword of Damocles·신변에 닥칠지 모를 위험)마냥 걸려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도 코로나19로 미국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항공, 호텔, 크루즈, 카지노 등 관광 관련 산업이 우선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봤다.

필수재가 아닌 자동차나 장난감, 사치품 등도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들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채가 많은 럭셔리 백화점 체인 니만 마커스 그룹과 수공예 재료를 취급하는 조앤스토어, 의류업체 제이크루 등 구체적인 기업명을 거론하면서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가운데 니만 마커스는 작년 47억 달러(약 5조6천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거치는 등 그 전부터 유동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중국에서 제품의 40% 이상을 공급받는 조앤스토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2017년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제이크루도 중국산 의존도가 54%에 달한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미키 차다 상무이사는 이런 소매업체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미국인들이 바깥출입을 꺼리는 데 따른 소비 감축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토머스 오코너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공장의 정상화 지연으로 인한 제품 공급 차질도 이런 업체의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경제의 중심축인 소비 활동은 이미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 컨설팅 기관 퍼스트 인사이트가 지난달 28일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편인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54%는 코로나19 확산이 이미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고용 시장 지표는 아직 견고한 모양새이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월에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 미국 경제의 핵심인 민간소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주택시장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도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 기존 주택 판매가 전월보다 줄었다"면서 "저금리만으로는 집값 상승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수출 물류도 경색돼 있다.

중국에서 북미로 이동하는 화물선의 수는 통상 매달 200척 정도인데, 올해 1분기에는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110척 넘게 화물선 운항이 줄었다.

알리안츠 SE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세계 전체 무역 규모가 분기당 3천200억 달러(약 381조4천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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