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돕기' 나선 홍콩 교민들…홍콩·마카오인까지 동참(종합)
"대구시민에 양보하겠다" 정부 배포 마스크 수령 사양하고 기부
홍콩인, 한인 세입자 '월세' 기부해…마카오인도 마스크 대량 기부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은 급한 대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니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분들을 위해 양보하겠습니다."
홍콩에 사는 한국 교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을 돕기 위해 정부에서 배포하는 마스크를 양보하고, 홍콩인과 마카오인마저 대구 시민을 돕기 위한 기부에 동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홍콩 총영사관과 홍콩 한인회, 한인상공회는 6일 정부에서 보내 준 마스크와 자체적으로 마련한 마스크 2만여 개를 배포하기로 했다. 총영사관과 각 기관은 지난 3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았다.
이번에 준비한 마스크는 KF94, KF80, N95 등 성인용 1만5천개와 아동용 5천개였다.
총영사관은 공지 말미에 배포하고 남은 마스크를 홍콩한인회를 통해 전량 대구 지역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원진 홍콩 총영사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이미 한 차례 배포했는데 아동용 마스크 등이 조금 남았고, 이후에 한인회와 한국상회를 통해 마스크가 또 모이게 돼 다시 배포 계획을 세웠다"며 "혹시 남는 마스크가 있다면 홍콩보다 더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해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으로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의 공지를 본 홍콩 교민들은 '대구에 기부하겠다'는 마지막 문구를 보고, 자진해 마스크 수령을 사양하기 시작했다.
홍콩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고 가격도 비싸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수월하다는 게 이유였다.
한 교민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홍콩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마스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며 "병상이 부족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분들에게 마스크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학균 재외국민보호 담당 영사는 "처음 공지를 할 때 혹시 마스크가 남게 되면 대구에 보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교민분들께 전달했다"면서 "일부 교민은 사전 신청을 하고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이어 "이에 따라 남은 5천여 개의 마스크를 홍콩한인회를 통해서 대구에 보낼 계획"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해외에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콩한인회도 대구 지역을 돕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으며, 교포들이 기부한 마스크 5만여 개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대구로 보내기로 했다.
특히 홍콩에 있는 한인 독지가 1명이 마스크를 대규모로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독지가는 이름을 밝히기를 끝내 거부했다.
류병훈 홍콩한인회장은 "현재 대구 지역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어 홍콩 내 한인들의 마음을 모아 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대구 돕기'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홍콩인도 동참하고 있다.
홍콩한인체육회는 지난 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1천500만원의 후원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특이한 점은 이 후원금에 홍콩인이 기부한 300여만 원의 돈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굽네치킨 홍콩법인에 근무하는 강준엽 팀장은 최근 집주인에게 3월분 월세 2만800홍콩달러(약 317만원)를 냈는데, 이 집주인이 "이번달 월세는 필요없으니 이 돈을 한국에 기부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집주인은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해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부 부탁과 함께 강 팀장이 월세로 낸 수표를 찢어버렸다고 한다.
홍콩인이 한국의 사정을 알고 이렇게 기부한 점에 큰 감동을 받은 강 팀장 등 홍콩 한인들은 홍콩한인체육회를 통해 모금을 시작했고, 이 집주인이 낸 돈을 포함해 총 1천500만원의 돈을 모아 기부했다.
대구시민 돕기에는 마카오인도 동참했다.
한국과 마카오의 친선을 위해 만들어진 한-마카오우호협회의 라우지야우(劉智龍) 회장은 지난 3일 N95 마스크 2천 개를 한국에 기부해달라고 주홍콩 총영사관에 전달했다. 총영사관은 한인회를 통해 이를 대구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원진 홍콩 총영사는 "대구시민 돕기에 이렇듯 한인들은 물론 홍콩인, 마카오인까지 동참한 것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며 "모두의 작은 정성이 대구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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