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 이달 중순 공개…고가주택 큰 폭 인상 각오해야

입력 2020-03-05 08:51
수정 2020-03-05 13:42
아파트 공시가격 이달 중순 공개…고가주택 큰 폭 인상 각오해야

정부 19일께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 공개, 의견 청취 예정

15억 넘는 서울 아파트, 20∼30% 오를 듯…보유세 부담 커져 매물 늘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달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을 긴장하게 할 또 하나의 '핵폭탄'이 주택시장에 날아온다.

올해 보유세 향방을 결정할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 금액이 이달 중순 공개돼 소유자 의견 청취에 들어가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공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9억원 초과 고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행보다 크게 높이겠다고 사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 고가주택 공시가격, 집값 상승 이상 오른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 가격을 이달 19일(잠정)에 공개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수 조사 형태로 지난해 아파트·빌라·연립주택 등 전국의 공시 대상 공동주택이 총 1천339만가구에 달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늘어 1천400만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3월 공개한 예정가 기준으로 14.16% 올라, 2007년(28.45)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8.03% 상승한 것과 비교해 공시가격이 아파트값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시가격 형평성·균형성 제고를 위해 시세 12억원 초과 공동주택 가운데 그간 시세가 급등했으나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아파트의 공시가격의 끌어올려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12억원 이하는 시세 상승분만큼만 공시가격을 올렸지만, 12억원 초과는 시세 상승분에다 현실화율까지 동시에 높여 아파트값 상승폭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뛰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공시제도 개편안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고가주택 내에서도 금액대별로 차등화해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현실화율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간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값의 현실화율이 평균보다 낮아 조세형평에 어긋났으니 올해는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평균 이상으로 높여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일대와 동작구·광진·영등포(여의도동)·양천구(목동) 등 서울 요지의 공시가격이 상당히 오를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5㎡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 산정 시점인 지난해 11월 실거래가는 15억∼16억원 선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감정원의 조사자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 기준금액이 15억원을 넘었다고 보고, 올해 이 금액대 목표 현실화율인 75%를 반영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11억∼12억원 선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주택형의 작년 공시가격이 8억4천800만∼8억6천4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할 때 30% 이상 급등하는 셈이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57㎡는 실거래가 별로 없는 가운데 현재 감정원 시세가 35억∼42억원, 평균 38억5천만원 선에 잡혀 있다.

이 금액대의 올해 목표 현실화율 80%를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평균 30억8천만원 정도로, 지난해 공시가격(26억2천400만원)에 비해 17% 정도 상승한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84.97㎡의 최근 평균 실거래 가격이 약 30억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의 현실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면 올해 공시가격은 24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17억3천만∼19억원대와 비교해 26∼38%까지 뛰는 것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4천800만원인 동작구 흑석동 한강센트레빌1차 전용 84㎡는 현재 시세가 약 14억5천만원 선이다.

시세가 15억원 미만으로, 목표 현실화율 70%를 적용하면 올해 예상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9.7%가량 오른 10억1천500만원이 된다.



◇ 고가주택·다주택자 보유세 부담도 급증…매물 증가로 이어지나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그만큼 보유세도 뛸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12·16대책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부터 1주택자는 종전 세율에서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공시가격도 급등하면서 초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는 보유세가 세부담이 상한(전년도 납부세액의 150∼300%, 상승률 50∼200%)까지 오르는 경우가 속출할 전망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9억400만원에서 올해 24억원으로 26%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총 보유세는 작년 927만원 선에서 올해 1천345만원으로 418만원(45%)가량 늘어난다.

문제는 보유자가 1주택자이고, 앞으로 주택경기 침체로 공시가격이 변동이 없다 해도 내년 이후 보유세는 2021년 1천917만원으로 올해보다 42%, 2022년에는 2천27만원으로 5.7% 더 오른다는 점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에서 내년 95%, 2022년에 100%로 상향되는데다 세부담 상한에 걸려 당해 연도에 반영되지 못한 보유세가 이듬해로 이연되는 효과 때문이다.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공시가격이 지난해 8억4천800만원에서 올해 11억5천만원으로 35.6% 뛴다고 가정할 경우 보유세는 작년 230만원 선에서 올해 331만원으로 43.6% 뛴다.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이보다 훨씬 높다.

위 사례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2가구를 보유한 만 60세 미만의 2주택자는 당장 올해 보유세가 5천820만원으로 지난해(2천525만원)보다 130.5%나 오르고, 2021년에는 공시가격 변화 없이도 연간 보유세가 6천147만원으로 6천만원을 넘게 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강남권이나 마용성 등 일부 인기지역에 주택 2채만 갖고 있어도 보유세 부담이 일반 직장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다"며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임대사업등록을 해도 종부세 합산 배제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고가주택을 보유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진지하게 주택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60세 이상 1주택 보유자는 나이와 보유 기간에 따라 종부세 공제혜택이 커 1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경우 은퇴 세대는 보유세 부담이 그리 크진 않다.

그러나 만 60세가 넘어도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종부세 감면 혜택이 사라져 늘어나는 세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달 19일 공시가격 발표를 기점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인 오는 6월 말 이전까지 주택 매도에 나서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관망하던 다주택자들도 올해 급증하는 보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보유세 기준일(6월1일) 이전인 5월 말까지 매도가 완료돼야 하는 만큼 이달 말부터 5월까지 급매물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동안 강남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이 10년 이상 장기보유한 물건으로 한정되면서 실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수가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매도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보다 2∼3년 전 집값 상승기에 매입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없어 매도를 망설인다"며 "매물이 는다해도 숫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월 총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까지 겹쳐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4월 총선 결과를 보고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며 "총선 결과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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