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 1991' 바이든-샌더스 불붙은 대의원 확보 전쟁
슈퍼화요일서 바이든이 대의원 확보 앞설듯…중도 쏠림시 가속 가능성
샌더스 저력 만만찮아 장기전 예상도…7월 전당대회 2차투표서 결판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양대 대선 주자로 압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의 대의원 확보 전쟁이 불붙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14개 주에서 치러진 5차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기적같은 승리를 거두며 독주 양상의 샌더스 의원에게 제동을 걸고 '매직 넘버 1991' 싸움을 본격화한 것이다. 숫자 1991은 민주당 주자가 자력으로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수를 뜻한다.
현재까지 개표 결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바이든이 9곳, 샌더스가 4곳에서 승리했거나 승리가 예상된다. 남은 한 곳인 메인주는 초박빙 승부 중이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샌더스에 비해 약체로 인식되던 바이든이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바이든과 중도 경쟁을 벌여온 유력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일 경선 중단과 함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바이든이 한층 더 유리한 고지에 섰다.
바이든은 현재 후보 지명과 직결된 대의원 확보 수에서도 샌더스를 앞서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가 슈퍼 화요일 중간집계 상황을 반영해 이날 낮 12시 기준 산출한 주자별 확보 대의원 수는 전체 885명 중 바이든이 426명으로 1위를 달리고 샌더스가 377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직전 4차 경선 때까지만 해도 샌더스가 60명으로 바이든(53명)을 앞섰음을 생각하면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물론 1천344명의 슈퍼화요일 대의원이 모두 배정된 상태가 아니어서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 추세라면 바이든이 대의원 확보전에서 선두로 치고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샌더스가 (최대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에서 대의원에서 압승하긴 충분하지 않다"며 "개표가 끝나면 바이든이 대의원 확보에서 선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주별 경선을 거쳐 확보한 대의원들의 1차 투표를 토대로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지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체 대의원 3천979명의 과반은 1천991명인데, 바이든이 현재의 여세를 이어간다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중간 집계 기준으로 바이든이 확보한 대의원과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하차한 블룸버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의 대의원 수까지 합치면 중도 성향 대의원은 471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샌더스 역시 슈퍼 화요일에서 주춤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열성적 고정 지지층을 감안하면 바이든이 과반 대의원을 확보할 정도로 승부가 조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CNN방송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별 경선에서 선출된 대의원만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최근 사례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후보 지명을 받은 2004년이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주자가 나오지 않으면 '중재 전당대회'로 불리는 2차 투표로 넘어간다. 이때는 주별 경선에서 선출된 대의원 외에 '슈퍼 대의원'도 투표에 참여한다.
슈퍼 대의원이란 민주당의 현역 의원, 주지사 등 고위직 인사들에게 당연직으로 배정하는 자리로, 771명의 작지 않은 규모다.
2차 투표까지 간다면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슈퍼 대의원은 '뼛속까지 민주당'인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무소속 신분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강성 진보의 샌더스가 후보 지명을 받으면 11월 대선은 물론 같은 날 실시되는 상원·하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샌더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2016년 경선 때는 슈퍼 대의원도 1차 투표에 참여했지만 패배한 샌더스가 전당대회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조건으로 경선 방식의 변경을 요구, 2차 투표 때 참여하는 것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이 지난달 19일 TV토론에서 전당대회 후보 선출 방식과 관련해 1차 투표 최다 득표자가 후보 지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었다.
CNN은 대의원 확보전과 관련해 "올해 샌더스는 민주당과 싸움이라고 얘기해 왔다"며 "반면 민주당은 바이든을 중심으로 방어태세를 굳히고 있다"고 두 주자 간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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