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은폐 의혹' 이란 치사율 100%→3%…평균치로 하락
검사키트 지원에 확진자 급증…확진율 41%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치사율)이 세계 평균치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른 발병국보다 유독 높은 치사율 탓에 확산 규모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이란이 일단 수치로는 '누명'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이란 보건부의 집계에 따르면 3일 밤 12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2천336명, 사망자는 77명으로 치사율은 3.3%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일 발표한 치사율 3.4%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모집단이 적긴 하지만 이란의 코로나19 치사율은 감염자가 처음 나온 지난달 19일엔 100%였다. 이날 확진자 2명이 공식 발표된 뒤 불과 서너시간 뒤에 이들 2명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후 확진자가 100명을 넘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란의 치사율은 13.7%에서 매일 1∼2% 포인트씩 줄었다.
이란의 치사율이 세계 평균치로 낮아진 데는 치사율 계산의 분모가 되는 확진자가 매일 60% 이상 급증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 유럽에서 지난달 말 검사키트가 대량으로 도착해 그만큼 감염 여부를 검사한 의심 환자수가 증가했다.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245명에서 단 닷새만인 3일 10배로 늘어났다.
이란 보건부는 지금까지 의심환자 5천737명을 검사했다고 집계했다. 검사 수 대비 양성 판정 비율이 41%에 달한다.
3일까지 한국의 확진율 1.7%(대구·경북 제외)보다는 훨씬 높고 3일 0시 기준 대구신천지 교회 출석교인의 확진율 62%보다는 낮다.
이란의 코로나19 치사율이 평균 수준으로 낮아졌는데도 서방 언론은 이란 당국이 치사율을 낮추려고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많이 줄인다면서 여전히 불신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또 미국의 제재로 의약품과 의료장비가 충분치 않은 이란의 완치자가 3일 밤 12시 현재 435명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도 외부가 의심하는 부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코로나19 환자가 며칠 뒤 사망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 국영방송에 직접 나와 담당 부처에 코로나19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다. 그러면서 서방 매체가 이란의 인도적 위기인 전염병까지 끌어들여 대외 이미지를 훼손하고 이란 국민을 불안케 하려고 심리전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란 사법부는 이달 19일 시작하는 2주간의 새해 연휴(노루즈)를 맞아 약 5만4천명의 수감자가 일시 귀휴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년 노루즈에는 항상 수감자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수감자의 건강 유지를 위해 올해는 이런 일시 귀휴 대상자를 조금 더 늘렸고 실행 시기도 앞당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사법부는 일시 귀휴 대상자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방 언론이 이란 교도소에 수용된 정치범이나 사상범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라며 "그들은 현재 건강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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