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쇼핑몰 인질극 피의자, 권총 숨기고 기자회견하다 체포"

입력 2020-03-04 12:26
"필리핀 쇼핑몰 인질극 피의자, 권총 숨기고 기자회견하다 체포"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지난 2일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의 한 쇼핑몰에서 10시간가량 인질극을 벌였던 피의자가 권총을 숨긴 채 기자회견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취재진은 그가 권총을 가졌는지 모른 채 인터뷰를 진행해 위험에 노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정오께(현지시간) 메트로 마닐라의 산후안시에 있는 한 쇼핑몰에서 전직 경비원이 동료 1명에게 총격을 가해 상처를 입힌 뒤 2층 관리 사무실에서 직원 등 최소 55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피의자는 10시간 만에 인질을 모두 풀어주고 걸어 나와 취재진 앞에서 몇분간 자신의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달려든 경찰 특공대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질을 풀어주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피의자와 당국 간 협상 결과였다고 프랜시스 사모라 산후안시장이 밝혔다.

사모라 시장은 "피의자를 해고한 경비업체가 인질극을 끝내는 조건으로 100만 페소(약 2천300만원)를 제안했지만 거부됐고, 기자회견을 하게 해달라는 피의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위기를 평화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당시 피의자는 허리에 찬 권총을 숨기고 있는 상태였고, 취재진은 이 같은 사실을 새까맣게 몰랐다.

데볼드 시나스 마닐라 경찰청장은 "저격수들이 피의자가 권총을 꺼내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곧바로 머리에 총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고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스 청장은 또 피의자가 권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취재진에게 말했다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 기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