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편안 '의회 패싱'…야당 반대결의안도 부결
일방처리 논란 속 야권 "코로나 사태 틈타 독재"
42개 연금체계 하나로 통합…"더 일하고 덜 받아" 반발 격렬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개편 추진을 위한 핵심 법안들이 사실상 의회를 통과했다고 3일(현지시간) dpa·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야당이 제출한 연금 개편안 반대 결의안 2건에 대한 표결 결과 각각 148표와 91표를 얻어 모두 과반인 289표에 미치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독재를 벌이고 있다며 강력 반발함에 따라 자정을 넘겨 토론이 이어졌지만 정부 원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는 법 제정을 허용하되 의회가 반대 결의안을 가결할 경우 정부 입법은 무효가 되지만, 현재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하원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결의안이 부결됐다.
마크롱 행정부는 야당들이 법안 심의를 지연하기 위해 4만1천건에 달하는 수정안을 제출하자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의회를 따돌리고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에 들어갔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보수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거쳐야 하지만 부결되더라도 하원이 그 결과를 무시할 수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인구와 직업 변화를 반영하는 연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종 직군에만 이득이 돌아가는 기존 연금제를 고쳐 여성과 저소득층에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수 야당의 에리크 뵈르트 의원은 "정부의 연금 개편안은 블루칼라 노동자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미엔 아바트 보수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혼란을 틈타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 국가 연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42개의 연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편안은 지난 12월과 1월 전국에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강성 노조 측은 연금개편이 이뤄질 경우 근무기간이 연장되고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직종별로 철도 노동자는 조기 은퇴 권한 상실, 교사는 연금 수령액 감소, 법조인들은 연금 납부액 상승 등의 이유로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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