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상한제 회피 단지, 코로나·HUG 심의로 '발등의 불'
둔촌 주공 HUG와 분양가 협의 난항, 코로나로 조합 총회 연기도
4월까지 서울 15개 단지 1만1천여가구 일반분양 앞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연초 아파트 분양 일정이 청약업무 이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당장 서울지역 분양가 상한제 대상 단지들이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
다음달 28일까지 일반분양분에 대한 입주자모집공고를 마쳐야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가 지연되고 있거나 코로나 영향으로 조합원 총회가 연기되는 등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114와 건설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서울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총 15개 단지 3만2천400여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공급될 일반분양분은 대략 1만1천300여가구로 추산된다.
일반분양 물량이 무려 4천786가구로 3∼4월 서울 분양물량의 42%를 차지하는 강동구 둔촌 주공을 비롯해 신반포13차, 신반포14차,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동작구 흑석3구역, 동대문구 용두6구역, 노원구 상계6단지, 은평구 수색6·7구역 등이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줄줄이 3월말∼4월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둔촌 주공아파트는 현재 분양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4월 분양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 총회에서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3천550만원으로 책정하고 지난달 하순부터 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3천만원에 못미치는 2천97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HUG가 그간 형평성 문제를 드러낸 자체 분양가 심사기준을 일부 손질했는데도 종전 예상 분양가(3.3㎡당 2천600만원대)보다는 높지만 조합측 생각과는 괴리가 큰 것이다.
HUG는 주변 시세와 무관하게 둔촌 주공의 단지 규모와 집값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3.3㎡당 3천만원 이상으로 분양보증을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집행부는 지난 번 총회 의결에 따라 관리처분변경인가를 통과한 조합원 분담금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0%까지 가격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둔촌 주공 조합측은 분담금에서 10%가 낮아질 경우 분양가로 환산시 3.3㎡당 22만원 가량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조합 관리처분변경총회 통과금액에서 22만원 낮춘 3.3㎡당 3천527만원 이하로 분양가가 떨어질 경우 조합원 총회를 다시 열어 조합원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HUG가 제시한 분양가에 실망해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을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둔촌 주공의 일반분양분이 5천가구에 육박해 공사비 조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후분양이나 임대후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분양을 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 앞으로 2∼3년 뒤 상한제 땅값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얼마나 오를지, 금융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둔촌 주공 인근 아파트 시세가 3.3㎡당 4천만원을 훨씬 넘는데 3.3㎡당 500만원도 아니고 1천만원 이상 싸게 분양하라는 정부 방침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하다"며 "아직 분양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니 일단 다음 주까지 HUG와 분양가 협의를 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둔촌 주공은 일반분양분이 많고 강남권치고 분양가도 낮아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을 비롯해 대기 수요가 매우 많다"며 "만약 분양 일정이 연기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될 경우 청약 대기자들의 민원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가 조합원과 갈등이 깊었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달 가까스로 양측의 합의가 이뤄져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불씨를 살렸다.
조합은 남은 기간 사업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4월28일 전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달 초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에 이어 HUG의 분양보증까지 마쳐야 해 남은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조합원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열지 못해 사업 일정에 쫓기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은평구 수색동 수색7구역은 당초 지난달 28일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은평구청이 코로나 전염 우려로 연기를 권고해 이달 21일로 3주가량 총회가 미뤄졌다.
은평구 수색6구역은 이달 28일 총회를 앞두고 있으나 코로나 감염이 확산 국면에 있어 일정이 제대로 지켜질지 지켜봐야 한다.
정비업계는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만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조합들이 어떻게든 총회 등 남은 일정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코로나 확산국면이 진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내 6-3-4구역과 3구역에서도 내달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각각 614가구(대우건설 시공)와 899가구(현대엔지니어링 시공)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다만 앞서 HUG와의 분양가 갈등으로 후분양까지 고려했던 단지들이어서 앞으로 HUG의 분양가 심사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3, 4월 상한제 회피 물량 가운데 가장 빨리 일반분양이 가능한 단지는 이달 말 분양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4차가 될 전망이다.
일반분양분이 67가구로 많지 않은데 앞서 지난해 11월 분양한 르엘신반포센트럴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4천891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르엘신반포의 분양가도 이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서도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열고 일반분양가를 3.3㎡당 2천800만원 선으로 확정했다.
흑석3구역 조합은 지난해 8월 분양한 동작구 사당3구역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의 분양가가 3.3㎡당 2천813만원에 HUG 분양보증 심의를 통과한 만큼 분양가 협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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