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에서도 악수 실종…'사회적 거리두기' 지구촌 확산
브렉시트 협상시 악수 금지…메르켈은 장관에 악수 거절당해
발 부딪히기·악수시늉 등 대안…유럽·중동에선 볼키스·코인사 사절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상뿐만 아니라 정상들의 외교 무대에서조차 악수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보건당국들이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악수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레프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글랜드 보건국의 의료책임자인 폴 코스퍼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더 악화할 경우 재택근무 조치와 함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피하도록 하는 권고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회의에서 자국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에게 무심코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당하는 해프닝이 목격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먼저 회의실에 착석해 있던 제호퍼 장관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제호퍼 장관이 웃으며 거절하자 겸연쩍어하며 손을 거둬들이고 말았다.
같은 의미에서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른바 '우한 셰이크'로 불리는 발 맞부딪히기와 허공에서 악수 시늉만 내는 '에어 셰이크' 등 대체 악수법이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사람 대 사람 간 전파가 통제를 벗어나 확산할 경우 대중에 이 같은 대체 인사법을 권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퍼드 교수는 동남아와 유럽 인근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현 단계에서는 아니지만, 좀 더 광범위한 감염이 나타날 경우 사회적 접촉을 줄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텔레그래프는 대규모 행사 취소나 휴교 조치보다는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방문을 줄이고, 감염에 취약한 노인의 자택 체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1차적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 중인 영국과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줄다리기에 앞서 악수를 하는 관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의 경우 안젤로 보렐리 시민보호청장이 악수를 멈출 것을 당부했으며,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보건·사회연대부 장관도 볼키스 인사법인 '비즈'(bise, bisou)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비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널리 행해지는 인사로 주로 프랑스인들이 가까운 사이에서 많이 하는 인사방식이다.
이에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악수나 비즈를 대신할 만한 인사법을 소개했고, 한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부활절 행사를 한달여 앞둔 스페인에서는 부활절 주간에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상의 손과 발에 입을 맞추는 전통을 금지하는 조처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폴란드에서는 미사 중 성체(聖體·빵의 형태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를 받는 영성체 의식 대신 '영적 성찬'을 받거나, 신부가 신도의 손에 성체를 건네는 방식이 허용된다.
또한 신자들은 교회를 드나들 때 성수에 손을 담그지 않고 성호를 긋는 것으로 대신한다.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는 중동 지역에서도 신체 접촉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온 이란에서는 온라인에서 세 명의 친구들이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마스크를 쓰고 인사하는 동영상이 퍼지고 있으며, 레바논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서로 발을 맞대며 인사하는 영상 인기를 끌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서는 서로 코를 부딪치는 전통 인사법은 물론, 악수와 볼키스를 금지하고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갈음하도록 당부했다.
코로나19의 진원인 중국에서는 수도 베이징에 악수 대신 자신의 두 손을 모은 자세인 공수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자는 광고판이 붙었다.
브래드 해저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장관도 악수 대신 서로 등을 두드려주라고 권고했다.
브라질은 두 팔을 엇갈려 자신을 스스로 감싸는 동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금속 빨대가 있는 전용 찻잔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수시로 마테차를 마시는데, 보건 당국은 여러 명이 한 빨대로 돌아가며 나눠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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