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엑스코·텐트까지…전문가들 "격리시설 부족 대비해야"

입력 2020-03-03 12:16
수정 2020-03-03 12:19
체육관·엑스코·텐트까지…전문가들 "격리시설 부족 대비해야"

생활치료센터 현재 대구에 160실 1곳…2천명 이상 입소 대기 중

전문가들 "대구 엑스코 등 활용시 의료진 관찰 용이, 6인실6인 격리보다 나아"

"경증환자 전원 입소 말고, 일부는 자가격리하자" 제안

시설 부족해지면 다인실 사용할 듯…"재감염 이슈 등장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연숙 김예나 기자 =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500∼600명씩 나오면서 경증환자를 빨리 수용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켜 증상관리를 하기로 했지만, 대구에서만 현재 2천명 이상이 입소를 기다리고 있고, 신천지대구교회 신도 7천여명에 대한 검사가 끝나면 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자 폭증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대비해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를 활용해 경증환자를 관리하는 방안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생활치료센터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에는 체육관과 대형 컨벤션센터인 엑스코(EXCO)가 있으니, 침상을 배치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제공해 다수의 환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며 "대형 공간에서는 의료진이 한눈에 환자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중국 우한에서 단기간에 병원을 짓는다고 할 때 이상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간이 넓으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어 시설 6인실에서 6명이 함께 생활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넓은 체육관에 한 5m 간격으로 칸막이를 치거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처럼 텐트를 치고 환자가 각자의 위생을 지키고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제언을 하는 것은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대구 상황 때문이다. 현재 2천명 이상이 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고 있지만, 병상도 센터도 여유가 없다.

전날 160실 규모의 대구1 센터가 문을 열었고, 이번 주 중으로 영덕 삼성인재개발연수원, 경주 농협경주교육원,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을 센터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지만 합쳐도 710실에 불과하다.



정부는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대구와의 거리, 환자를 이송할 대학병원과의 연계, 식사와 청소 등 서비스 제공 인력 확보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시설을 확보하더라고 준비에 적어도 3∼4일이 걸린다.

이에 센터 추가 확보를 서두르되 입소자를 정할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 확보가 어려우면 여러 환자를 한 방에 배정해야 할 텐데 모르는 사람들이 한방에서 지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확진자를 모두 센터에 보내지 말고 자가 격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자택에서 머물게 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열린 공간에 대규모로 환자를 수용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는 "체육관을 고려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체육관에서는 없던 병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생활치료시설 입소 시 1인 1실 배정을 원칙으로 하지만 필요한 경우 2인 1실이나 다인실 배정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확진을 받은 환자들이기 때문에 교차감염 우려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 중에서도 감염 초기 환자와 회복기 환자가 있어 이들이 뒤섞여 한방을 쓰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교수는 "현재 병원에서도 6인실에서 환자 3명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생활치료센터에서 다인실을 못 쓸 이유는 없지만, 한 사람은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졌고, 한 사람은 바이러스를 많이 내뿜고 있는 상황에서 한방을 쓰게 되면 관리가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 발현일이 비슷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머물게 하는 등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교수는 "2인 이상 머물게 되면 재감염 가능성이 언급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치료된 환자가 다시 감염되는 '재감염' 가능성에 관해서도 확인된 내용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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