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새 총리 "난 배신자 아니야…과반 지지받았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배신자'라 칭하자 대국민 담화서 반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무히딘 야신(72) 말레이시아 새 총리가 2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이 배신자가 아니며 의회 과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는 오른팔과 같은 무히딘과 함께 만든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이 야당과 손잡으려 하자 지난달 24일 총리직을 사퇴한 뒤 다수 지지를 모아 다시 총리로 취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이 무히딘 PPBM 총재를 새 총리로 지명하자 "무히딘에게 배신당했다. 하원의원 과반수인 114명이 나를 지지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마하티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는 무히딘에 반대하는 해시태그(#NotMyPM)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를 '배신자'라고 칭하는 해시태그도 퍼졌다.
무히딘 새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내게 화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라며 "나는 의회 과반수 지지를 얻어 지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총리직을 탐내지 않았다. 마하티르와 안와르 이브라힘 두 후보 모두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본래 마하티르는 2018년 총리직에 취임하면서 2∼3년 뒤 안와르 이브라힘 인민정의당(PKR) 총재에게 총리직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말레이시아 헌법에는 국왕이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수 있게 돼 있다.
국왕은 마하티르가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222명의 하원의원을 차례로 만나 새 총리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들었다.
무히딘은 "국왕은 헌법에 따라 나를 총리로 지명하셨다. 이러한 선택은 국왕의 지혜였다"며 "청렴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로 내각을 꾸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40년간의 정부 관료와 정치 경험을 살려 말레이시아를 영광으로 이끌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마하티르는 무히딘이 과반 지지를 얻은 것이 맞는지 확인하자며 의회에 긴급 투표를 요구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증시는 정치적 불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려 이날 8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고 일간 더스타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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