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코로나19 생필품 사재기 조짐…마스크·세정제 동난 곳도

입력 2020-03-03 11:00
수정 2020-03-03 18:29
미국도 코로나19 생필품 사재기 조짐…마스크·세정제 동난 곳도

생수·식품·화장지 구매 행렬로 마트 장사진…곳곳 텅 빈 진열대

미 언론 "코로나19 카오스로 공포 구매"…LA 한인타운은 손님 줄어 피해



(특파원종합=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미국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일대 대형 할인매장과 편의점에는 생필품을 사러 나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이미 동나 진열대 곳곳이 텅텅 비어있었다.

미국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현지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해 생필품 비축을 권고했었고, 급기야 첫 사망자가 나오자 위기감은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마스크·세정제 재고도 없다"…새벽부터 줄 서야 살 수 있어

일요일이었던 지난 1일 연합뉴스 기자가 찾은 LA 인근 토렌스 지역의 코스트코 매장은 평소 주말보다 더 복잡했다. 매장은 손님들로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물과 화장지, 통조림, 냉동식품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지역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것이다.

특히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이미 동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직원은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평소와 달리 위생용품과 식료품을 사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LA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인근 쿠퍼티노 지역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형약국 체인인 CVS에서도 마스크와 손 세정제, 소독용 알코올은 진열대에서 찾아 볼 수 없었고 재고도 바닥났다.

진열대는 물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빠른 대량 구매가 이뤄져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매장 직원은 "마스크와 세정제는 재고 물품이 없다"며 "내일 일부 물품이 들어오는데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뿐만 아니라 동부도 비상이 걸렸다.

태평양 연안의 서부에 비해 동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주말 새 첫 환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연합뉴스 기자가 마스크 구매를 위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CVS 3곳과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한인 마트를 둘러봤지만, 물품이 남아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 외부행사·모임 줄줄이 취소…LA 한인 상인들 '한시름'

LA지역 한인타운은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행사와 모임 예약이 취소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한인타운 음식점을 들렀다는 소문이 가짜뉴스로 판명되면서 한시름을 놓은 것도 잠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다시 손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 대형음식점 관계자는 "눈에 띌 정도로 한인타운이 한산해졌다"며 "각종 모임이 취소되면서 예약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A 지역의 한 주재원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미국인들도 한국으로 출장을 금지한 데다 한국인과의 미팅을 조심하는 분위기마저 있다"고 말했다.



◇ 마스크·손세정제 '바가지 가격'

미국 현지 언론들도 코로나19 공포에 따른 생필품 사재기 조짐을 조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줄은 길지만, 공급은 부족. 코로나19 카오스로 촉발된 패닉 구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찾은 쇼핑객들과 함께 공포가 서서히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 LA카운티의 한 코스트코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생수와 위생 화장지, 쌀과 파스타, 통조림, 땅콩버터와 같은 제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수요가 급증하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들 제품의 판매가격은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아마존에서 일부 판매업자들은 8온스짜리(226g) 12개 묶음의 손 세정제 세트를 129.90달러(15만4천700원)에 내놓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11월 말 손 세정제 평균 단가가 2.06달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마스크 가격은 말할 나위도 없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의 한 판매자는 3M에서 제조한 N95 마스크 4상자(1상자 20개)를 580달러(약 69만원)의 가격대에 판매한다고 광고했으며, 별도 배송료로 19.75달러를 책정했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아마존 대변인은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발생하자 시장의 나쁜 행위자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려 한다"며 가격 조작 업체들의 판매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임주영, 샌프란시스코 정성호, 로스앤젤레스 정윤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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