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코로나19 확진자 두 명 첫 확인…확산 여부 촉각(종합2보)
말레이서 확진 판정받은 일본인의 인니 방문 당시 접촉자들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 중심으로 생필품·의약품 사재기 현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구 규모 세계 4위의 인도네시아에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두 명이 처음으로 발표되자 확산 여부에 국가적 관심이 쏠렸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일 오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기자들에게 첫 확진자 확인 사실을 공개했다.
트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보건장관에 따르면 서자바 드폭에 사는 64세 여성과 31세 딸이 자카르타의 종합병원(RSPI Sulianti Saroso)에 격리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이들 두 사람이 인도네시아에 방문했다가 말레이시아에 돌아간 뒤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일본인 A씨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일하는 41세 일본 국적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A씨는 1월에는 일본, 2월 초에는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다.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첫 환자인 31세 여성은 지난달 14일 자카르타 끄망지역 식당(Amigos)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A씨와 함께 어울린 뒤 16일부터 기침 등 증세를 보여 드폭 병원(Mitra Keluarga)에서 약 처방을 받았고, 증세가 악화해 26일 입원했다.
이후 28일 말레이시아에서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이 온 뒤 3월 1일 자카르타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격리됐다.
드폭시는 현재 인도네시아인 모녀가 방문·입원했던 병원 의료진 73명을 관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명이 감기·기침·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할지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현지 방송사들은 이날 일제히 특보체제로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보도했다.
한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끄망빌리지 등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감기약과 해열제 등 의약품은 물론 쌀과 물, 정육제품,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마스크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미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국 교민 김 모 씨는 "퇴근 시간이 되자 대형 몰 슈퍼마켓에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 계산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며 "한국마트의 경우 쌀부터 동이 났다. 이제 첫 환자가 나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2억7천만명의 인구가 1만7천여개의 섬에 흩어져 사는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해 국내외에서 '검진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등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5일부터 14일 이내 중국 본토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중국인 무비자 입국·비자발급을 중단했고, 같은 날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여행 자제 및 대구·경북지역 방문 금지를 권고했으나,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리지는 않았다.
한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거나 거쳐 간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 보건부는 인도네시아 바탐섬에 지난달 21∼23일 함께 다녀간 싱가포르인 2명과 미얀마인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이 발리에서 휴가를 보낸 뒤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질랜드의 첫 번째 확진자는 이란에 머물다 지난달 26일 두바이에서 발리를 경유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한 아랍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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