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회복세 이어간 반도체 수출, 3월에도 계속될까
수출 반등에 D램 가격 상승…북미 데이터센터 수요도 견조
"장기화 땐 수요 유지 장담 못해"…3월 수요회복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최재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지만 올해 들어 시작된 회복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2월 반도체 수출 규모가 15개월 만에 반등했고, D램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곳곳에서 업황 개선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 공장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코로나19 견뎌냈다…반도체 수출 15개월 만에 증가
3일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등에 따르면 업계 우려와 달리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견조했다.
2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74억2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9.4% 증가했다. 15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증가 폭도 높은 수준이다.
집적회로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9.9%,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도 전년 동기보다 6억9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2월 대중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장과 물류 차질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 절차는 차질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또한 예상 밖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터(PC)에 주로 쓰이는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월 말 기준 평균 2.88달로 전월보다 1.4% 상승했다.
서버 디램(32GB) 2월 가격은 115.5달러로 전월보다 6.0% 증가했다.
낸드플래시 128Gb 멀티플 레벨 셀(MLC)은 평균 4.56달러로 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낸드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 "데이터센터 수요 덕"…생산 차질 가능성도 작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 중심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며 회복세가 이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산업부는 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며 반도체 수출 플러스 전환 요인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의 견조한 증가세를 들었다.
대신증권[003540]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미 데이터센터 확장과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경제가 부각돼 서버 수요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MPU(Microprocessor Unit) 업체들이 일제히 올 1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설명이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의 경우 하반기 가격 상승을 우려해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메모리 반도체를 사들였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추후 반도체 가격 급등을 우려한 업체들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면에서는 인력 위주로 돌아가는 세트(스마트폰, TV 등) 공장과 달리 셧다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클린룸에서는 직원들이 마스크에 방진복, 장갑을 끼고 일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작다"며 가동 중단까지 필요한 상황이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 "3월은 장담 못 해"…불확실성 확대
산업부는 1일 "코로나19 영향 장기화 시 3월 이후 반도체 수출 증가 지속 여부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3월 반도체 수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작년 대비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일본, 한국, 이란에 이어 유럽으로까지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승우 연구원도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확산과 IT 제품의 수요 감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3월 이후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스마트폰 생산 전망을 기존 대비 10.4% 하향 조정했고 스마트 워치, 노트북, 모니터 등도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이중 노트북 조립라인의 인력 복귀율이 3월 초 50% 수준에 이른 후 3월 중순경 전체의 3분의 2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봤다.
이어 PC 공급망 정상화 시점을 반도체 업황의 변곡점으로 보고 "3월 중순 이후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혹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005930] 경기 용인시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가동 중단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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