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제조' 태광 중국공장에 위구르인 강제동원 의혹"
WP "태광 칭다오공장에 600명 배치"…호주 싱크탱크 "강제노동 의심"
"애플 납품업체 등에 8만명 배치돼"…태광 "부족한 현지 인력 보충"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 문제가 제기된 위구르족 수만명이 강제 노동에 동원되고 있으며 이러한 '착취' 현장 중에는 나이키와 애플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납품공장도 여럿 포함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호주 싱크탱크 보고서를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강제동원이 의심되는 공장의 대표적 사례로 나이키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태광실업의 칭다오(靑島) 공장을 꼽았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신장(新疆) 지역 위구르 무슬림을 재교육 캠프에 억류해 강제로 동화시키는 캠페인을 벌여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이후 공산당 관리들은 지난해 이들 대부분이 해당 과정을 마쳤거나 풀려났다고 말했다.
WP는 그러나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의 '신장 지원' 정책의 하나로, 위구르족을 '정부 지시를 받는 노동'을 하도록 자국 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있는 태광의 공장 사례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보고서를 인용, 이곳이 80개 이상의 유명 브랜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강제 노동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조건에서" 위구르인이 일하는 여러 곳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라이시에 있는 칭다오태광제화는 30년 이상 된 나이키 공급업체이자 이 브랜드의 최대 공장 중 하나다.
WP는 태광 칭다오공장 근로자 수백명이 신장에서 온 위구르족으로, "지역 당국에 의해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공장 정문에서 노점을 둘러보던 한 위구르 여성은 "우리는 이곳을 걸어 다닐 수는 있지만 스스로 (신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구르 근로자들은 대부분 20대 또는 이보다 더 젊은 여성들이다.
노점상들은 "이들이 자유의지로 오지 않았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며 "위구르족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올 수밖에 없었고, 정부가 이곳으로 보낸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ASPI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빅키 슈중 쉬는 "중국 정부는 이제 신장 캠프의 가혹한 문화와 정신을 중국 전역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며 "중국의 목표는 위구르족을 중국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부 사례에선 위구르족이 캠프에서 바로 공장으로 이동된다는 증거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나이키는 공장에서 일하는 위구르족 근로자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며 언제나 윤리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나이키 대변인은 국제적인 노동기준을 준수할 뿐 아니라 "공급업체들이 어떤 형태의 감금이나 강요를 활용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말했다.
칭다오 공장의 한국 모기업인 태광실업 김재민 사장은 해당 공장 근로자 7천100명 중 위구르족이 약 600명이라며 "(한족 근로자에 더해) 신장 근로자를 받아들인 목적은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경쟁 산업이 늘고 있기 때문에 현지의 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WP는 태광이 위구르족이 재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 속에서 공장 노동을 강요받았는지, 공장에서 기도 등 종교적 관례를 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사장은 회사 측이 신장에서 온 직원들에게 "특별한 음식"과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을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선택적인 만다린 언어"를 제공, 긍정적인 노동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ASPI 보고서는 2017~2019년 신장에서 중국 전역 공장으로 이동된 위구르족을 8만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또한 2017년 이후 신장에서 노동력 이동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된 위구르족 노동자가 있는 공장이 중국 내 9개 지역에서 27개 공장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들 공장은 애플, 델, 폴크스바겐을 포함한 유명 기업의 공급업체 관련 회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애플에 스크린을 공급하는 BOE 테크놀로지 그룹과 아이폰 카메라를 만드는 'O-필름'이 위구르족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플 측은 공급업체에 엄격한 조건을 요구한다며 "애플은 공급업체에 있는 모든 이가 존중받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당 보고서를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모든 공급업체가 이러한 기준 준수를 보장하도록 면밀하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보고서에) 언급된 공급업체 중 현재 직접적인 폴크스바겐 공급업체는 없다"고 밝혔으며, 델 측은 "우리의 현재 공급업체 회계감사 자료에선 강제노동의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ASPI는 위구르족의 노동이 강제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을 단정적으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해당 보고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정의와 일치하는 "매우 충격적인 강압적 노동 관행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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