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대선 부정 정말 있었나"…MIT 연구진이 논란 재점화

입력 2020-03-02 09:01
"모랄레스 대선 부정 정말 있었나"…MIT 연구진이 논란 재점화

연구진 "개표조작 증거 없다"…미주기구 "비과학적 주장" 반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을 낙마시킨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연구자들이 미주기구(OAS)의 조사 결과와 달리 "조작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자, OAS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선거 데이터 및 과학 실험실' 소속의 연구원 2명이 지난달 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글이다.

이들은 "선거 부정의 통계적인 증거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며 부정이 있었다고 결론 지은 OAS 보고서에 대해 "통계적 분석과 결론에 큰 결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개표 통계를 분석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1차 투표에서 승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대선 부정 의혹은 지난해 10월 20일 선거 직후 개표 과정에서 곧바로 불거졌다.

볼리비아 선거관리당국은 개표 후반 돌연 결과 발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만에 결과 발표를 재개했는데 '깜깜이 개표'가 이뤄진 시간 동안 모랄레스가 2위 후보와의 격차를 확 벌렸다.

14년 가까이 집권한 모랄레스가 4선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지어야 했는데 석연찮은 개표 발표 중단 전후로 격차가 7%포인트에서 10%포인트가량으로 벌어진 것이다.

야권은 조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볼리비아 내 혼란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감사에 나선 OAS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부정이 발견된다는 초기 감사 결과를 내놨다.



OAS 발표 직후 군 수장까지 나서서 모랄레스의 퇴진을 요구하자 모랄레스는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물러난 후 망명길에 올랐다.

모랄레스는 줄곧 선거에 부정은 없었다며,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는 MIT 연구자들의 발표 이후 트위터에 "OAS는 볼리비아 국민과 전 세계에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OAS는 곧바로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OAS는 MIT 연구자들의 글이 "정직하지도, 사실에 기반하지도, 종합적이지도 않다"며 "수많은 오류와 누락, 부정확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OAS는 연구자들이 개표율과 관련된 부분만 주목하고 이후 OAS가 낸 96쪽 분량의 보고서에 담긴 주요 조작 증거들은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에서 OAS는 볼리비아 정부가 개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두 대의 비밀 서버를 준비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볼리비아 산안드레스대 정치과학자인 카를로스 코르데로는 영국 가디언에 MIT 연구자들의 주장이 "모랄레스를 희생양처럼 보이게 해서 대선에서 동정표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오는 5월 다시 대선이 치러지며, 출마가 금지된 모랄레스는 자신의 밑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루이스 아르세를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멕시코가 OAS에 해명을 요구한 것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좌파 정권들은 MIT 연구자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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