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 끊긴 베트남 다낭 직격탄…"휴업속출, 쥐죽은 듯"

입력 2020-03-01 13:43
수정 2020-03-01 14:22
한국 관광객 끊긴 베트남 다낭 직격탄…"휴업속출, 쥐죽은 듯"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다낭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팜반동 지역이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45인승 대형 버스가 즐비하던 거리에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여파로 베트남 당국이 사실상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막으면서 베트남 중부 유명 관광지 다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낭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 곳이어서 현지에 있는 한국 여행사만 100개가 넘는다. 한국인 관광과 관련한 업종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교민도 6천∼7천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중국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월 말부터 한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기 시작했고, 2월 초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문제는 2월 중하순부터 대구,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가 강화됐고, 급기야는 2월 29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이 임시 중단됐다.

이러다 보니 하루 최다 1만명에 달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여객기가 거의 다 끊겨 다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1일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던 대형 식당과 마사지숍, 주점, 카페, 선물 가게, 숙박시설이 줄줄이 휴업했다. 직원들은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건물 임대료를 내기도 힘겨워 건물주에게 통사정해 일부는 감면이나 납부 연기를 하고 있다.

여행사들도 재택근무로 전환했지만, 문의 전화조차 없는 실정이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관광 가이드 상당수는 한국으로 귀국했거나 인접 국가로 옮겨갔다.

한식당과 주점, 마사지숍 등이 몰려 있어 다낭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팜반동 지역에서 즐비하던 45인승 버스는 종적을 감췄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쥐죽은 듯 조용하다. 일부 소규모 한식당은 평소 1만원이 넘는 고급 식사 메뉴 대신 8만∼9만동(약 4천∼4천500원)짜리 단품 메뉴를 내놓고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폐업하는 곳도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일부는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20년째 관광업에 종사하는 다낭의 한 여행사 대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등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올스톱돼 힘든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낭은 거의 관광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현지에 남아 있는 우리 교민은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행사 대표도 "다낭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팜반동 지역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면서 "이곳이 늘 45인승 버스가 즐비하고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베트남은 한국인 관광객이 연간 400만명 이상 찾는 곳이라 호찌민과 하노이, 냐짱, 달랏 등 다른 관광지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우리 교민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노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교민은 "설 연휴 때부터 예약 환불 요청을 감당하느라 애를 먹었다"면서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버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