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이란, 코로나19 검사키트 WHO·중국서 기증받아

입력 2020-02-29 18:51
'미국 제재' 이란, 코로나19 검사키트 WHO·중국서 기증받아

첫 한주 감염 검사 환자 1천700여명…미, 뒤늦게 인도적 품목 부분 승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로 의약품과 의약장비 마저 수입이 어려워진 이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검사장비를 외부의 기증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의료 분야는 이론적으로는 인도적 품목으로 분류돼 미국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이란으로 수출하는 외국 기업이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어 교역이 매우 제한된 탓이다.

이란에 코로나19 검사키트를 기증하는 곳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전통적 우방인 중국이다.

이란 보건부는 28일 WHO에서 검사키트 5만2천800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란에 검사키트 2만개를 이란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주이란 중국대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이란에 기부하기로 한 검사키트 1차분 5천개를 이란에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다음 주 중 검사키트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의료진 수준은 중동에서 최상위급으로 평가되지만 미국이 강력히 제재하면서 약품과 신식 장비가 수입되지 못해 의료 체계가 상당히 부실해졌다.



이란에서는 19일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왔다.

이란 국영방송은 25일 "지난 한 주(확진자 발생 이후 첫 한 주)간 이란에서 1천700여명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약 250명의 의심 환자가 검사받은 셈이다.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27일 미국 타임지에 "수주전 고령 환자 몇 명이 사망했는데 독감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라며 "의료진은 코로나19일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이를 검사할 키트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처음 나온) 19일에서야 독일에서 첫 검사키트가 수입되자마자 이를 사서 쓸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란에서 사망자(28일 자정 기준 34명)보다 확진자(388명) 수가 유독 적은 까닭이 이란 정부의 의도적 은폐가 아니라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민 팔라 이란 의료장비수입협회 부회장은 24일 현지 언론에 "여러 외국 회사가 이란에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수출하려고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우리는 그들에게 대금을 치를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수입 대금을 지급하려고 터키로 현금을 들고 가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27일에서야 이란의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면서 이란중앙은행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지정해 인도적 물품의 금융 거래도 금지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조처가 이란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경제전문가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게리드즈는 28일 미국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의료분야 물품은 최종 사용처가 명백한 것도 있지만 방호복처럼 인도적 품목이라고 쉽게 분류하기엔 모호한 품목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부과하는 대이란 제재는 어떤 것이 인도적 거래인지를 명확히 정하지 않아 불행히도 이런 '회색 영역'이 많다"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 완화에도) 결과적으로 이란이 필요한 의료 물품을 손에 넣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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