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건비 선타결 'No'…한국 근로자 볼모로 방위비 압박 지속
근로자 인건비 선타결 제안에 미 "포괄적 SMA 신속 체결 손상" 사실상 거부
국방장관은 나흘전 공개석상서 충돌…한국 압박용 해석속 협상전망 엇갈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볼모로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SMA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 무급휴직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위협하며 한국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휴직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단 근로자 인건비 부분이라도 먼저 타결한 뒤 협상을 이어가자고 제안하지만 미국은 일괄 타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채 요지부동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인건비 선(先) 타결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단지 노동 비용 분담에 근거해 별도의 협상에 착수하자는 한국의 제안은 협정의 모든 면을 다루는, 상호 수용할 수 있고 포괄적인 SMA를 신속하게 맺는 것을 대단히 손상시킬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한국 시간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SMA 협상타결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인건비 지급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환각서 체결을 미측에 이미 제안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이날 국무부 답변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당시 정 장관이 조건부로 인건비를 먼저 타결할 수 있도록 에스퍼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히자 에스퍼 장관은 면전에서 "가급적 3월 말 전에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작년 10월 1일 무급휴직 6개월 전 사전통보, 지난달 29일 60일 전 사전통보를 한 데 이어 한국시간 28일 30일전 사전통보를 하는 등 무급휴직에 필요한 절차를 착착 밟고 있다.
주한미군은 일부 필수 인력을 남겨두겠다고 했지만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 4월부터 대규모 무급휴직 현실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의 완강한 태도로 볼 때 당분간 협상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지만 타결 시기와 전망을 놓고서는 엇갈린 관측도 나온다.
대량 무급휴직이 발생하면 주한미군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대비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특히 미국이 애초 요구한 분담금이 현 수준의 5배인 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 가뜩이나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진 상황에서 무급휴직까지 현실화하면 반미 정서가 커지면서 동맹에 균열로 작용할 수 있다.
협상에 정통한 고위당국자는 "미국도 무급휴직이 실행되는 단계로 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면 (우선 협상 제안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미국은 한 차례 수정을 거쳐 40억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현재의 4배 수준이라 한국으로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정경두 장관은 지난 24일 한국이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협상 때 8.2% 증액했는데 이 역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더욱이 오는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큰 변수다. 그동안 동맹이 '안보 무임승차'를 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대한 많이 올려야 지지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고, 향후 다른 나라와 방위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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