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료전달체계 개편…"경증환자 자가격리치료 등 논의"
환자 중증도 평가해 적정치료…치료중 확진자 10명 위중·6명 중증
신천지대구교회 확진자 840명…대남병원 확진자 3명 추가돼 117명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채새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방역당국이 경증 환자를 자가격리 상태에서 치료하는 방안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지병이 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상 부족으로 입원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방역당국은 맥박, 혈압 등으로 환자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도 마련할 방침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경증 환자를 자택 격리치료로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문가들과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입원 대기 중인 환자 중에서도 경증인 분들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선별해 적절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경증 환자 또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는 재택 상태에서 격리,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맥박·혈압 등으로 중증도 평가…"사망률 낮추는 체계적 접근 필요"
방역당국은 환자 중증도를 분류해 입원, 격리, 관찰 등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중증도 분류 지표는 맥박, 수축기 혈압, 호흡수, 체온, 의식 수준 등 5가지다. 이 지표에 따라 환자를 경증부터 최고로 위중한 경우까지 4단계로 구분할 예정이다.
권 부본부장은 "(중증도 분류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병 특별관리지역(대구·경북 청도) 외 향후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중하게 지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기존에도 고위험 환자는 중증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배정해 왔다.
하지만 확진자가 집중해 발생한 대구 지역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발생하며 이런 의료전달체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약 680명의 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되고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를 맡은 주치의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에서도 경증 환자를 자가 격리해 치료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집에 있고, 중증이면 2·3차 의료기관 찾고, 심각한 상태면 인공호흡기 등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배정해 사망률을 낮추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재 확진자 가운데 16명은 중증 이상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나 기관삽관 등을 시행한 위중한 환자는 10명, 산소마스크로 산소공급 치료를 하는 환자는 6명이다.
한편 이날 63번 환자(52세 여성)는 완치돼 격리에서 해제됐다. 이에 따라 완치한 확진자는 총 27명으로 늘었다.
◇ 신천지대구병원 840명·대남병원 117명…전국서 산발적 발생
국내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은 전체 41.5%를 차지했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동안 50∼70%에 달하던 비중이 다소 감소했다.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 교회 신도인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1번 환자는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 14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31번 환자 발생 이후 일주일 만인 25일에는 500명을 넘어섰다. 오전 집계 기준으로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25일 501명, 26일 597명, 27일 731명으로 100명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 유행을 일으키는 중심 집단이 상당히 과하게 큰 것은 사실"이라며 "방역대책에 있어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청도대남병원 확진자는 격리조치 중이던 직원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17명으로 늘었다.
117명 가운데 64명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7명은 사망했고, 3명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확진자 43명은 대남병원에 남아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들도 단계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서도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나타났다.
부산 지역에서는 6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절반인 32명은 동래구 소재 온천교회 관련으로 확인됐다.
경북에서는 경산 서린요양원 종사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시설 종사자와 입소자는 총 122명이다. 경북에서는 앞서 칠곡 밀알사랑의집과 예천 극락마을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충남 확진자는 총 16명이며 천안시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또 공주의료원에서도 환자 1명(20∼25일 입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은평성모병원 관련 확진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는 (감염원 등) 차단과 피해 최소화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회적 격리까지 강화해 시행 중"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기에 국내에서의 유행을 줄이기 위한 기로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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